문화전당과 ‘정치의 덫’
2018년 02월 28일(수) 00:00 가가
윤 영 기 사회부장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장 선임을 위한 5차 공모가 지난 1월 무산됐다. 개관 이래 2년여 공백이 이어지고 있던 터라 지역민들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전당장 공모를 무산시킨(?) 속사정이 미묘하다.
광주 지역에서는 전당장 공모와 관련해 이미 특정인 내정설이 돌았다. 이를 간파한 일부 시민 단체 인사들이 문화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등 반발 기류가 형성되자 해당 인사와 주변인들이 무마에 나서면서 내정설은 사실로 굳어져 갔다. 권부(權府) 주변에서 그를 두둔하는 출처 불명 문건이 흘러나와 지역에까지 전해졌으니 불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이 됐다.
곧바로 광주 민예총 등 진보 예술단체를 중심으로 특정인 내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새 정부에서조차 ‘낙하산’이냐며 선임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다 또 다른 인사를 전당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문화예술단체의 옹립 집회까지 열리는 등 혼탁 양상이 전개됐다.
결국 문화부는 ‘지역 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5차 공모를 없던 일로 하고 말았다. 전당장 4차 공모까지 ‘적격자 없음’으로 무산시킨 전례와 다른, 아주 이례적인 이유였다. 정부가 지역에 책임을 전가했지만, 공모 무산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새 정부의 기치인 공정과 정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어야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내정설 휘말린 문화원장
최근 아시아문화원장 공모가 시작됐다. 아시아문화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콘텐츠 개발·운영을 맡고 있는 기관이다. 이번에 뽑게 될 문화원장은 본연의 업무 외에 그야말로 중대한 책임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국립아시문화전당(정부 조직)은 오는 2020년 현 아시아문화원과 합해질 운명이다. 이 법의 부칙에는 “문화전당 운영의 법인 또는 단체에 대한 일부 위탁은 이 법 시행일부터 5년까지로 하되, 그 이후 정부는 문화전당의 성과 평가를 한 후 전부 위탁한다”고 규정돼 있다. 조문에서는 ‘위탁’이지만 사실상 기관 통·폐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시아문화원장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지위를 갖게 된다. 새로 뽑히게 될 문화원장의 임기(3년)가 바로 이와 맞물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광주민예총이나 광주민족예술인협회 같은 단체들이 잇달아 우려의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마치 박근혜, 최순실 세력이 김종덕을 앞세워 문화전당을 유린했던 방식을 같은 담당자들이 반복하고 있다. 항간의 소문대로 촛불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이미 문화원장으로 내정돼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표현이 거칠지만 역시 최근 무산된 전당장과 유사하게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각종 요직을 좌지우지했음에도, 문화 기관 가운데 풍파가 덜했던 기관이 바로 문화전당이고 아시아문화원이다. 다행히도(?) 국정 농단 세력이 문화전당을 큰 먹잇감으로 생각하지 않은 덕분에 정치적 입김이 덜 작용했을 것이다. 역설이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짧은 경험으로 미뤄 봐도 정치적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에 선임되면 그 자리는 정치적인 자리가 되고, 해당 기관은 정치적 대상이 된다. 정권의 부침에 연동해 휘둘리는 기관이 된다는 얘기다. 광주는 절절히 경험했지 않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전당을 노무현 정부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하고 폄훼했던 선례가 그것이다.
이전 정부 전철 밟지 않기를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놓여나 ‘문화 기관다운’ 문화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전당은 대한민국과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 기관으로서 대접받아야 하고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문화전당이 산다.
그러나, 기우일지 모르지만 아시아문화원장 공모 과정을 보면서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최순실·차은택 라인이 대놓고 심었다가 사달이 난 콘텐츠진흥원장 말이다. 콘텐츠진흥원은 그 후유증과 상처, 실추된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배웠던 교훈은 시기가 문제일 뿐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씁쓸한 사실이었다.
아시아문화원장 공모 서류 접수가 지난 22일 마감됐다. 임원추천위원회의 면접 등을 거쳐 3배수 후보가 문화부에 추천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번 공모가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지금도 생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현실로 구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광주 지역에서는 전당장 공모와 관련해 이미 특정인 내정설이 돌았다. 이를 간파한 일부 시민 단체 인사들이 문화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등 반발 기류가 형성되자 해당 인사와 주변인들이 무마에 나서면서 내정설은 사실로 굳어져 갔다. 권부(權府) 주변에서 그를 두둔하는 출처 불명 문건이 흘러나와 지역에까지 전해졌으니 불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이 됐다.
결국 문화부는 ‘지역 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5차 공모를 없던 일로 하고 말았다. 전당장 4차 공모까지 ‘적격자 없음’으로 무산시킨 전례와 다른, 아주 이례적인 이유였다. 정부가 지역에 책임을 전가했지만, 공모 무산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새 정부의 기치인 공정과 정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했어야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내정설 휘말린 문화원장
최근 아시아문화원장 공모가 시작됐다. 아시아문화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콘텐츠 개발·운영을 맡고 있는 기관이다. 이번에 뽑게 될 문화원장은 본연의 업무 외에 그야말로 중대한 책임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광주민예총이나 광주민족예술인협회 같은 단체들이 잇달아 우려의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마치 박근혜, 최순실 세력이 김종덕을 앞세워 문화전당을 유린했던 방식을 같은 담당자들이 반복하고 있다. 항간의 소문대로 촛불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이미 문화원장으로 내정돼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표현이 거칠지만 역시 최근 무산된 전당장과 유사하게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각종 요직을 좌지우지했음에도, 문화 기관 가운데 풍파가 덜했던 기관이 바로 문화전당이고 아시아문화원이다. 다행히도(?) 국정 농단 세력이 문화전당을 큰 먹잇감으로 생각하지 않은 덕분에 정치적 입김이 덜 작용했을 것이다. 역설이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짧은 경험으로 미뤄 봐도 정치적 인사들이 공공기관장에 선임되면 그 자리는 정치적인 자리가 되고, 해당 기관은 정치적 대상이 된다. 정권의 부침에 연동해 휘둘리는 기관이 된다는 얘기다. 광주는 절절히 경험했지 않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전당을 노무현 정부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하고 폄훼했던 선례가 그것이다.
이전 정부 전철 밟지 않기를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놓여나 ‘문화 기관다운’ 문화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전당은 대한민국과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 기관으로서 대접받아야 하고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문화전당이 산다.
그러나, 기우일지 모르지만 아시아문화원장 공모 과정을 보면서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최순실·차은택 라인이 대놓고 심었다가 사달이 난 콘텐츠진흥원장 말이다. 콘텐츠진흥원은 그 후유증과 상처, 실추된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부정적으로 배웠던 교훈은 시기가 문제일 뿐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씁쓸한 사실이었다.
아시아문화원장 공모 서류 접수가 지난 22일 마감됐다. 임원추천위원회의 면접 등을 거쳐 3배수 후보가 문화부에 추천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번 공모가 항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지금도 생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현실로 구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