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소녀 다해의 개인전
2018년 01월 03일(수) 00:00 가가
김 미 은 문화부장
담양군 금성면에 사는 열여섯 살 소녀 다해는 꿈이 많다. 가수가 되고 싶어 SM 오디션에 두 차례나 참여했다. 동화 작가도 되고 싶다. 지금은 하루 다섯 시간 넘게 그림을 그린다. 모두 집에서 기르는 검은 고양이 초코가 주인공이다. 다해의 작업실(?)은 집에서 버스로 5분 정도 떨어진 담양 남촌미술관이다. 다해는 미술관 1층 카페 창가, 그녀의 ‘고정석’에 앉아 이젤을 놓고 초코를 그린다.
기자를 만나면 떨려서 대답을 못할까봐 친구들과 답변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는 다해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다해는 오는 13일부터 2월1일까지 남촌미술관에서 개인전 ‘초코야! 놀자’를 연다. 다해의 작품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이미 굳어 버린 어른들의 머리로는 생각해 내기 쉽지 않은 발상들이다. 희망 사항도 담았다. 초코에게 자신이 갖고 싶은 패딩을 입혀 주고 휴대전화도 쥐어 준다. 100호짜리 대작에는 고양이 밴드와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그려 가수가 되고 싶은 그녀의 꿈을 담았다.
고양이 주인공 100호 대작도
다해가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건 8개월여 전부터다. 올봄 남촌미술관을 개관한 이성태 작가에게서 무료로 가르침을 받고 있다. 이 작가는 엔지니어로 삼성전자에서 30년간 근무했다. 화가가 꿈이었던 그에게 힘든 직장 생활을 견디게 해 준 건 ‘그림’이었고, 20년 넘게 그림을 그리며 위로를 받았다. 퇴직 후 그토록 원했던 그림을 원 없이 그릴 수 있게 됐다. 카페에서 커피도 내리고 돈가스도 만든다. 그런 그가 다해의 꿈을 응원하며 개인전을 제안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A씨 부부는 지난달 3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제야음악회에 참석했다. 여느 때처럼 공연을 관람하던 부부는 이날 좀 특별한 경험을 했다. 피날레 무대인 헨델의 ‘메시아’ 공연에서 두 사람이 ‘할렐루야’를 부른 것이다. 물론 광주시립합창단, 순천시립합창단과 함께였다. A씨 부부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은 합창석 인근 객석에 앉아 있다 일어서서 노래를 불렀다. 12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노래했고 아이부터 부모까지 일가족이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A씨는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했다. 비록 노래를 부른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함께할 사람을 찾는다 해서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어요. 예전 성가대 활동하던 생각도 났습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공연장에 왔던 지인들이 깜짝 놀라며 어떻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냐고 묻더라고요.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A씨는 이런 기회가 생기면 또 참여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지인들을 많이 데려가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직에서 물러난 B씨는 만날 때마다 ‘퇴직 후 가장 즐거운 때가 색소폰을 부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멤버들과 편안하게 만나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는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이 없단다.
문화 예술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멋진 공연에 환호하고, 미술관을 찾아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한 점에 위안을 받아도 좋다. 쑥스러운 생각에, 조금은 귀찮다는 생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감상하며 즐기는’ 쪽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이 예술 속으로 들어가 온몸으로 체험하고 부대끼는 경험은 즐거움과 함께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얻게 해 준다. 다큐멘터리 ‘피나 바우쉬의 댄싱드림즈’를 봐도 알 수 있다. 춤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청소년 46명이 10개월 동안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1940∼2009)와 춤을 추며 치유받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현대 무용가 안은미가 일반인 할머니들과 함께 만든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진행했던 ‘초생경극-무舞/無·言’ 역시 시민들을 무대로 끌어들여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줬던 작품들이다.
올핸 나도 예술가가 돼 볼까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되는 때다. 올해는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에 ‘직접’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배우가, 화가가, 음악가가, 무용수가 돼 보는 거다.
영화감독 프랑소와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을 세 단계로 규정했다. 첫 번째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를 직접 찍는 것이다.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직접 예술 속으로 ‘풍덩’ 빠져 보는 것도 근사한 경험일 듯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기회는 많다. 올해도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 모두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업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는 내가 무대 위의 주인공이다.
/mekim@kwangju.co.kr
고양이 주인공 100호 대작도
다해가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건 8개월여 전부터다. 올봄 남촌미술관을 개관한 이성태 작가에게서 무료로 가르침을 받고 있다. 이 작가는 엔지니어로 삼성전자에서 30년간 근무했다. 화가가 꿈이었던 그에게 힘든 직장 생활을 견디게 해 준 건 ‘그림’이었고, 20년 넘게 그림을 그리며 위로를 받았다. 퇴직 후 그토록 원했던 그림을 원 없이 그릴 수 있게 됐다. 카페에서 커피도 내리고 돈가스도 만든다. 그런 그가 다해의 꿈을 응원하며 개인전을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해 공직에서 물러난 B씨는 만날 때마다 ‘퇴직 후 가장 즐거운 때가 색소폰을 부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멤버들과 편안하게 만나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는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이 없단다.
문화 예술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멋진 공연에 환호하고, 미술관을 찾아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한 점에 위안을 받아도 좋다. 쑥스러운 생각에, 조금은 귀찮다는 생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감상하며 즐기는’ 쪽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이 예술 속으로 들어가 온몸으로 체험하고 부대끼는 경험은 즐거움과 함께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얻게 해 준다. 다큐멘터리 ‘피나 바우쉬의 댄싱드림즈’를 봐도 알 수 있다. 춤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청소년 46명이 10개월 동안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1940∼2009)와 춤을 추며 치유받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현대 무용가 안은미가 일반인 할머니들과 함께 만든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진행했던 ‘초생경극-무舞/無·言’ 역시 시민들을 무대로 끌어들여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줬던 작품들이다.
올핸 나도 예술가가 돼 볼까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되는 때다. 올해는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에 ‘직접’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배우가, 화가가, 음악가가, 무용수가 돼 보는 거다.
영화감독 프랑소와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을 세 단계로 규정했다. 첫 번째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를 직접 찍는 것이다.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직접 예술 속으로 ‘풍덩’ 빠져 보는 것도 근사한 경험일 듯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기회는 많다. 올해도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 모두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업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는 내가 무대 위의 주인공이다.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