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주일보 독자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의 말씀이 가슴에 남는다. 신문사의 독자위원회는 옴부즈맨 제도의 일종으로 독자를 대표하는 위원들을 통해 지면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는 자리다. 이 위원은 정치 분야 지면에 대한 평가를 하던 중 지방 의원의 무용론을 제기했다. 가끔씩 지방 의원들이 정말 필요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였다.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이는 드물고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좀 지나치다 싶기도 하지만 일면 공감이 가는 지적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지역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선거구 획정과 의원 정수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광역 의원과 기초 의원의 지역구와 의원 수를 정하는 문제이니만큼 정치인들이 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인 논리만 반영



선거는 후보자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룰이 자신과 맞지 않게 조정되면 뜻을 이룰 수 없는 구조다. 선거구를 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진다면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수년 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다 자신이 공들인 선거구가 인근 지역구에 통합되는 바람에 뜻을 접은 한 정치인은 당시 “인생이 ‘운칠 기삼’(운이 7할, 노력이 3할) 인 줄 알았는데 ‘운구 기일’(운이 9할, 노력이 1할)이더라”며 탄식했던 기억이 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결정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광역 의원의 선거구와 의원 정수 및 기초 의원의 정수를 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광역 시도는 기초 의원의 선거구를 획정하게 된다. 지역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는 행안부안이 최종 결정되면 전남에서는 최악의 경우 도의원이 6명 줄고, 광주는 동구 시의원 1명이 광산구로 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개특위는 광주·전남 시도 광역의원의 선거구 획정기준을 4대1로 정해 상한선(12만3580명)과 하한선(3만896명)을 두고, 상한선을 넘기면 쪼개고 밑돌면 통합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광주는 동구에서 시의원 1명을 줄여 상한을 넘긴 광산구에 주게 된다. 전남은 함평·강진·장흥·신안·보성·장성에서 1명씩 6명을 줄이는 방안과 인구 편차 상한을 초과한 순천에 1명을 늘리는 대신 함평에서 1명을 줄이는 두 가지 안을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 비율 더 높여야



기초 의원은 의원 정수 산정을 위한 선거구 획정 기준이 쟁점이 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 모두 기초 의원 수는 4년 전 지방 선거와 변함이 없지만 선거구 획정 기준을 인구로 할 것인지 행정구역(읍면동)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와 읍면동 비율이 30대 70인 지역은 광주·전남·충북·전북 등 네 곳에 불과하다. 서울은 100% 인구 비율로 기초 의원 선거구를 정하고 있고 인천과 세종은 70대 30, 대구·대전·경남은 60대 40이다. 50대 50인 부산을 비롯한 대다수 시·도도 표의 등가성을 반영해 인구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남은 최근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당초 인구 비율을 10% 늘려 40%로 방향을 잡았다가 의원 수가 줄게 되는 지자체와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원안대로 결정했다. 인구 비율을 10% 늘릴 경우 농어촌 지역인 담양·고흥·화순 등지에서 일곱 명이 줄어들고 줄어든 수만큼 도시 지역인 여수·순천·목포는 늘어나게 된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라는 농어촌의 특성을 반영한 결정이라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광주시 차례다. 광주시는 기초 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와 동 수 비율을 현재 30대 70에서 50대 50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국회 정개특위 결정과 타 시도의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분위기다.

광주는 전남과 달리 행정구역에 따른 인구 밀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과감하게 인구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공청회 등 유권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선거구 획정 시스템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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