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흥(周興, ?∼691)은 측천황제 시절 대표적 혹리였다. 옹주 장안 출신으로 색원례, 내준신과 함께 3대 혹리로 악명을 떨쳤다. 영남으로 유배 가는 중 피살되었다.

젊은 시절 법을 공부해 상서성 사형소경과 추관시랑을 거쳤다. 측천이 아들 예종을 대신해 칭제하자 이경업의 반란이 일어났다. 난을 진압하면서 황실 종친과 대신들이 자신을 원망하면서 마음속으로 따르지 않음을 알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에 나섰다. 이에 동원된 관료가 혹리다. 혹리란 말 그대로 가혹하게 법을 집행하는 관리다. 오랑캐 출신 색원례가 측천에게 유격장군으로 발탁되어 옥송(獄訟)에 관한 업무를 맡아 악행을 저질렀다. 상서도사의 직위에 있던 주흥이 이를 본받아 맹활약을 해 추관시랑으로 승진했다.

688년 태자통사사인 학상현을 죽이는 옥사를 담당했다. 그의 조부인 학처준은 강직한 신하로 건강이 나쁜 고종이 측천에게 섭정을 맡기려는 일을 반대해 그녀가 권력을 장악하는 시간이 9년이나 늦어지게 되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측천은 노복이 학상현이 반란을 도모한다고 무고한 사건을 이용해 집안을 박살냈다. 주흥은 학상현을 때려죽여 시체에서 사지를 잘라내고 조부와 부친의 분묘를 파고 관을 부수어서 시체를 불태웠다. 688년 낭야왕 이충, 월왕 이정 등 황족들이 측천을 타도하려 거병했으나 실패했다. 격노한 측천은 주흥에게 친왕들의 처벌을 명하였다. 그는 한왕 이원가, 노왕 이례, 황공 이선, 상락공주를 동도 낙양에서 체포해 자살케하고 그들의 성을 훼씨로 고쳤으며, 일가친척도 주살하였다. 이로 인해 이씨 황족이 대거 처형돼 더 이상 측천에게 도전할 수 없게 되었다.

689년 고종 치세때 자신이 중앙 관직을 오르는 것을 방해한 대신 위현동을 무고해 죽였다. 측천에게 “태후가 늙었으니 예종을 받드는 일을 참고 오래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라고 무고한 것이다. 위현동이 재상 배염과 절친해 당시 사람들은 그들이 끝내 우정을 변치 않을 것이라 생각해 ‘오랫동안 인내하는 친구’라는 뜻의 내구붕(耐久朋)이라고 불렀다. 참모 병제가 위현동에게 말하기를 “어른께서는 어찌하여 밀고하지 않으시고 태후가 부르면 찾아뵙고 스스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습니까?” 위현동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사람이 죽이든 귀신이 죽이든 또 다시 무엇이 달라지겠다고 도로 사람을 밀고하는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많은 군공을 쌓은 우무위대장군 연공 흑치상지가 모반을 일으켰다고 무고해 하옥시키니 목을 매어 죽었다.

690년 측천이 황제에 올라 국호를 주로 바꾸었다. 주흥은 이에 당의 친족 속적을 없애자고 상주하였다. 권력은 황제의 조카인 무승사와 무삼사에게 집중되었다. 동복각난대삼품 위방질이 병이 들자 그들이 문병왔는데 침상에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주변 사람이 이를 간언하자 위방질이 말하기를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인데 대장부가 어찌 굽혀 가까운 인척들을 섬기면서 구차하게 살겠는가?” 주흥은 무씨들의 사주를 받아 그를 담주로 유배시키고 집을 적몰하였다. 무승사의 명을 받아 수주자사 택왕 이상금, 서주자사 허왕 이소절이 모반했다고 고발해 낙양에서 목을 매 죽였다. 주흥에게 피해를 입은 가문이 수백을 넘었다. 원성이 자자했다. 황제로서도 이런 여론을 외면키 어려웠다. 문창우승에 오른 주흥이 구신적과 통모하였다는 고발이 들어오자 황제는 내준신에게 국문을 명하였다. 유명한 청군입옹(請君入甕)의 고사다. ‘황제에게 보고된 문서에 형을 조사하라 하니 바라컨대 형께서는 이 독에 들어가 주십시오.’ 주흥은 공포에 떨어 머리를 땅에 두드리고 죄를 자백하였다. 사형에 해당하는 죄였으나 황제는 그를 영남으로 유배토록 명하였다. 가는 도중 피해를 입은 집안사람들에게 피살되었다. 황제의 신임을 받아 무씨 성을 하사받고 혹리들의 맏형으로서 권세를 누린 인간의 허망한 말로였다. 그는 관청의 대문에 “고발된 자들은 저마다 억울하다고 하지만, 목이 달아나고 나면 하나 같이 말들이 없네”라는 글을 붙여놓았다고 한다. 진정으로 악인의 전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