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준신(來俊臣, 651-697)은 경조 만년 출신으로 측천시대 대표적 혹리(酷吏)로 악명을 떨쳤다. 측천은 권력을 공공히 하고 황족과 귀족들을 견제하기 위해 혹리정치를 폈다. 당 왕조의 「혹리전」을 보면 측천이 기용한 혹리가 모두 27명이라고 한다.

원래 성은 채(蔡)씨로 부친은 도박꾼이었다. 부친이 다른 도박꾼과 도박을 벌였는데 도박 빚으로 자기 아내를 대신 주었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내준신이 태어났다. 한량으로 크면서 살인 방화 등 온갖 나쁜 짓을 다하고 다녔다. 그는 측천에게 밀고하여 시어사에 발탁됐다. “지난날 종실의 모반 기도를 눈치 채고 밀고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그 불순한 종신들은 다 처결하였으니 이제야 제 무고함이 풀린듯합니다.” 그는 여러번 승진해 벼슬이 어사중승에 이르렀다. 수백 명의 무뢰한을 거느리고 닥치는대로 밀고하였다.

낙양사람 만국준과 함께 고문서인 나직경(羅織經)을 지었는데 온갖 고문방법이 다 망라되어 있다. 봉황쇄시는 서까래로 손과 발을 채워서 꼼짝 못하게 한 후 고문하는 방법이었다. 여구발궤는 물건을 이용해 허리를 묶은 뒤에 칼이 달린 형틀을 끌고 앞으로 나가도록 하였다. 무릎을 꿇게 한 뒤 칼이 달린 형틀을 들어올리게 하고 그 위에 벽돌을 포개 옮겨놓았는데 이를 선인헌과라 불렀다. 식초를 코에 붓고, 혹은 쇠로 된 울타리에 머리를 바싹 묶은 뒤에 쇄기를 박아 넣어 뇌가 파열되 골수가 나오도록 하는 방법도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호랑이와 이리보다 더 두려워했다. 무고를 해 천여 집안을 멸족시켰다. 당시 장안에는 “내준신과 후사지를 만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다.

또 다른 혹리인 문창우승 주흥이 모의를 꾸민다고 고발됐다. 측천이 국문을 명하니 그는 주흥을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주흥에게 말하기를 “죄수들은 대부분 자백하지 않는데, 어떤 방법으로 하여야 마땅합니까?” 주흥이 말하기를 “이것은 아주 쉽습니다. 큰 독을 가지고 와서 숯을 주변에 둘러놓고 그것을 구우면서 죄수로 하여금 독 안에 들어가도록 하면 무슨 일이든 자백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큰 독을 찾아서 주흥이 권한대로 주위에 불을 놓고 말하였다. “황궁 안에서 온 문서가 있는데 당신을 조사하라 하니, 바라건대, 이 독에 들어가 주십시오.” 주흥은 두려움에 떨면서 죄를 자백하였다. 유명한 청군입옹(請君入甕)의 고사가 여기서 유래했다.

주흥이 제거된 후 모든 주요 사건은 그가 다 처리했다. 특유의 치밀함과 잔인함으로 오차없이 처리해 황제의 신임이 깊었다. 694년 비리 혐의로 일시 좌천되었으나 바로 다시 중용되었다. 이에 따라 그의 오만과 전횡이 더욱 심해졌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가지 들어보자. 우선 마음대로 남의 아내를 빼앗았다. 자신의 처도 이런 식으로 얻었다. 처가는 명문 태원 왕씨였는데 원래 단간이라는 사람에게 시집을 갔는데 모반죄로 기소하겠다고 협박해 강제로 빼앗았다. 마음대로 대신들을 처벌했다. 기주자사 운홍사를 죽이고 거짓으로 문서를 꾸몄다. 대신 잠장천·격보원·구양통 등도 거짓으로 자백을 받아 주살했다. 돌맹이에 대신들의 이름을 써 세워놓고 멀리서 돌을 던져 맞은 돌에 새겨진 대신들을 기소하는 식이었다.

부하 위수충의 배신으로 그의 목이 날라갔다. 그가 자신의 집 행사에 연락 없이 찾아오자 문전박대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위수충은 측천의 조카인 실력자 무승사에게 고변했다. 내준신은 무씨의 여러 친왕과 측천의 딸 태평공주까지 죄를 씌워 고발했다. 이들이 깜짝 놀라 그를 역고발했다. 가장 큰 죄목은 스스로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품었다는 것이었다. 일찍이 그는 스스로를 후조 왕조를 세운 석륵과 비슷하다고 말하였다.

그의 처벌 문제를 고민하던 측천황제에게 또 다른 혹리 길욱이 직언했다. “내준신은 착하고 어진 사람에게 죄를 씌우며 뇌물을 감추어 둔 것이 산과 같고, 억울한 원혼이 길에 가득 차 넘으니 어찌 애석하게 생각하겠습니까!” 결국 697년 기시되었는데 다투어 그의 살을 씹어 먹고 눈을 후벼내고 심장을 끄집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