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사(武勝嗣, ?∼698)는 무측천의 조카로 병주 문수 출신이다. 무측천이 황후가 되어 권력을 장악하자 실권을 휘둘렀다. 무주 왕조 성립 후 측천 황제의 후계자가 되려 했으나 실패하고 화병으로 죽었다.

측천의 이복오빠 무원경의 아들로 674년 상의봉어에 임명되고 주공의 작위를 받았다. 684년 예종 치하에서 측천이 사실상 정사를 주재하자 비서감, 예부상서로 승진했다. 그는 측천에게 무씨 조상들을 왕으로 추봉하고 무씨 칠묘를 세울 것을 요청했다. 재상 배염이 “태후는 마땅히 지극히 공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며 가까운 사람에게 사사로워서는 안된다”며 반대했으나 관철시켰다. 이로서 무씨 집안의 권세가 크게 높아졌다. 측천이 황제를 폐하고 무주 왕조를 세우려 획책했다. 그는 최측근으로 조정의 여론을 조작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688년 흰 돌을 깎아서 “성스러운 어머니가 백성에게 다가가서, 황제의 대업을 영원히 번창시킨다”는 문장을 새겨 넣었다. 옥을 분말로 만들어 약물에 섞어서 채웠다. 황실 사람과 조정인사 중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은 사람을 많이 죽였다. 혹리 주흥을 시켜 고종의 아들인 수주자사 택왕 이상금과 서주자사 허왕 이소절을 목매 죽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측천이 황제가 되자 위왕에 봉해졌다.

황제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조정 안팎을 움직였다. 낙양 사람 왕경지 등 수백명을 시켜 표문을 올려 그를 황태자로 삼도록 요청했다. 동봉각난대삼품 잠장천은 예종 이단이 폐위되었지만 여전히 동궁에서 살고 있으므로 이러한 주장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황제가 동평장사 격보원에게 물어보니 단호히 황태자 책립에 반대했다. 왕경지가 황제를 뵙고 “지금 누가 천하를 가지고 있는데 이씨를 후사로 삼으십니까”라며 거듭 무승사의 책립을 간청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접견을 요청하자 격노한 황제는 봉덕시랑 이소덕에게 장형으로 다스리도록 명하였다. 이소덕은 “이 도둑놈이 우리 황사를 폐하고 무승사를 책립하기를 바란다”며 몽둥이로 때려 죽였다. 이소덕은 황제에게 건의하기를 “고종은 폐하의 지아버지시고, 황사는 아들이십니다. 폐하께서 천하를 소유하고 계시니, 마땅히 이를 자손에게 전해야 하는데, 조카를 후사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예로부터 조카가 천자가 되었다든지 고모를 위해 사당을 세웠다든지 하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무승사의 황태자 책립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692년 병부시랑 이소덕이 “위왕 무승사의 권세가 너무 큽니다”고 은밀히 고발했다. 황제가 말하기를 “나의 조카니 믿고 일을 맡겼다.” 이소덕이 답하기를 “조카와 고모 사이가 부자지간과 비교됩니까. 지금 무승사가 폐하의 조카로 친왕이 되었고 또 재상이 되어 권력이 황제와 같게 되었습니다. 신은 폐하께서 오랫동안 자리를 안전하게 보존할 수 없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황제가 “짐은 아직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답하였으나 결국 그를 재상 직위에서 해임했다. 그가 이소덕을 황제에게 참소하자 황제가 답하기를 “나는 이소덕을 임명하고 비로서 편안히 잠잘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나를 대신해 힘쓸 것이니, 너는 더 이상 거론치 마라”

693년 5천명을 대동해 황제에게 ‘금륜성신황제’라는 존호를 쓰도록 청원했다. 이듬해 2만 6천명을 동원해 ‘월고금륜성신황제’라는 어마어마한 존호를 올렸다. 고모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을 후계자로 책립토록 집요하게 공작했다. 그러나 재상 적인걸이 극력 반대했다. “소신은 자고로 조카가 황제가 되어 태묘에 고모를 위해 제사를 올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며 강력히 이씨가 뒤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제는 후사를 정하는 일은 집안 문제로 재상이 걱정할 바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적인걸은 “군주란 사해가 바로 집입니다. 사해 안의 일 어느 하나가 폐하의 집안 일이 아닌 것이 있습니까”며 반박했다. 결국 국로 적인걸에게 설득당해 698년 아들 여릉왕을 수도인 낙양으로 불러들였다. 무승사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이 충격으로 울화병이 도져 끝내 세상을 하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