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사덕(樓師德, 630-699)은 정주 원무 출신으로 자는 종인이다. 당 고종과 측천황제 때 활약했고 오랜기간 변방 요충지에서 근무해 큰 공을 세웠다.

당 태종때 진사시험에 합격해 관직에 나갔다. 고종 초기에 감찰어사가 되었다. 고종 의봉 3년(678년) 이경현이 18만 군사를 이끌고 토번 정벌에 나섰다. 그는 군사 모집에 응해 종군했다. 이경현이 싸움에 패해 군사들이 뿔뿔히 흩어지자 그가 다시 그들을 모아 전력을 유지했다. 토번에 사자로 가 토번 장군 논찬파를 청해성 공화현에서 만나 황제의 뜻을 전달하였다. 싸움의 득실을 설명해 수년간 토번이 국경을 침략하는 일을 방지했다. 이 공으로 전중어사로 승진하고 하원군 사마, 둔전 업무를 담당하는 지영전사를 겸하게 되었다. 682년 토번이 청해성 하원군을 공격하자 대통현에서 토번군을 격파했다. 여덟 번 싸워서 여덟 번 승리했다. 고종은 그를 비부원외랑 좌교우낭장 하원군경략부사로 삼으면서 말하기를 “경은 문과 무를 두루 갖춘 재목이니 사양하지 말라.”

측천이 690년 무주 왕조를 세웠다. 병부시랑 누사덕이 재상격인 동평장사가 되었다. 그는 관대하고 후덕하며 청렴하고 신중했다. 너그러운 성품으로 조정의 신망을 받았다. 동료 이소덕이 같이 황제를 뵙는데 그가 체격이 크고 걸음걸이가 느려 일찍 도착하지 않자 화를 내며 촌뜨기라고 욕하였다. 그는 웃으면서 “나를 촌뜨기로 삼지 못하면 누구를 그것으로 삼겠소?”라고 답하였다. 동생이 대주 자사에 임명되 부임하려 하자 충고하기를 “내가 재상인데, 네가 다시 자사가 되면 영광스러운 은총이 지나치게 커 사람들이 반드시 시기할 것이니 장차 어떻게 스스로 화를 면할 것인가.” 동생이 무릎 꿇고 말하기를 “지금부터 누가 저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하여도 저는 그것을 닦아서 깨끗이 할 뿐 형님의 걱정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슬픈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것이 내가 걱정하는 이유다. 다른 사람이 얼굴에 침을 뱉어서 너를 분노하게 하려는 것이고, 네가 그것을 깨끗이 하면, 마침내 그를 화나게 할 것이다. 무릇 침을 뱉으면 깨끗하게 닦지 말고 자연스럽게 마르게 해라” 그 유명한 타면자건(唾面自乾)의 고사다.

697년에는 수봉각시랑, 동평장사가 되었고 5월 청변도부대총관이 되어 우무위위 장군 사차총의를 선봉장으로 삼아 20만을 거느리고 거란을 공격하라는 명을 받았다. 결국 거란이 처음 평정되어 하북지방이 평안해졌다. 서쪽으로는 토번과 동쪽으로는 거란과 싸우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했다. 699년 농우제군대사가 되어 토번에서 항복한 사람들을 위무하고 감독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는 사람보는 눈이 뛰어나 인재를 적극 추천했다. 국로로 존경받은 적인걸을 측천이 재상으로 발탁한 것도 그의 천거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적인걸은 재상이 된 후 누사덕을 자못 낮게 평가해 여러번 외지로 내쳤다. 측천이 이를 알고 적인걸에게 물었다. “누사덕은 어진가?” “장군이 되어 변방을 엄하게 지킬 수는 있지만 어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사덕은 사람을 볼 줄 아는가?”고 재차 묻자 “신을 일찍이 동료였지만 그가 사람을 볼 줄 안다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짐이 경을 알게 된 것은 그의 추천이니 역시 사람을 볼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적인걸이 “누공의 훌륭한 품덕으로 나는 그에게 포용된 바가 오래 되었지만 내가 그것을 알지 못했으니 나는 한참 모자란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699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변경인 감숙성과 청해성에서 약 40년동안 삼가고 부지런히 힘써 한족과 이민족이 편안히 살 수 있도록 선정을 베풀었다. 그의 최대 장점은 “인내심”이었다. “변변치 못한 사람”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인내하고 꾸준히 변경 업무에 종사했다. 이해득실을 떠나 좋은 인재를 천거했다. 측천 제위시 많은 사람들이 정쟁에 얽혀 목숨을 잃거나 수모를 당했다. 그는 오랫동안 장군과 재상이 되어 공적과 명성을 유지했다. 사람들이 이 때문에 그를 중히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