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걸(狄仁傑, 630-700)의 자는 회영으로 병주 태원 출신이다. 측천무후가 세운 무주의 명재상으로 국로(國老)로 불리웠으며 많은 인재를 발탁, 천거해 왕조 발전에 기여했다.

과거 명경과에 급제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공부상서 염립본의 눈에 띄어 병주 법조로 발탁되었다. 고종 재위시 대법관격인 대리승이 되었다. 엄정한 법 해석과 강직한 인품으로 명성을 날렸다. 1만 7천건의 사건을 판결하면서 오판이나 송사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고종 말기 저주와 복주자사를 역임하고 무주 건국 이후 재상직에 올랐다.

일찍이 강직한 인품으로 신임을 받았다. 고종 의봉 원년(676년) 신하 권선재와 범회의가 실수로 태종 능에 있는 측백나무를 훼손하였다. 고종이 대로해 사형에 처하라고 명하였는데 대리승 적인걸이 “두 사람의 죄는 사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고 상주했다. 고종은 “내가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불효자가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는 말하기를 “지금 한 그루의 측백나무 때문에 두 명의 신하를 죽인다면 후세에 폐하를 어떠하다고 하겠습니까?”

그가 병주의 법조로 있을 때 동료 정숭질이 오랑캐 땅에 사자로 가야했다. 동료의 모친이 늙고 병들었다. 그는 “어머니가 늙고 병들었는데 어찌 그로 하여금 만리 밖으로 가야하는 걱정거리를 있게 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를 대신해 사자로 가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무측천은 내준신, 색원례, 주흥 등 혹리를 중용해 공포정치를 시행했다. 추사원을 설치해 무씨 통치에 반대하는 종친 귀족들을 가혹히 처단하였다. 재상에 취임하자 억울한 누명에 빠진 관료들을 옹호하고 조정의 안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690년 전시(殿試) 제도를 실시해 많은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다. 스스로 추천하는 자거(自擧), 유능한 무관을 발탁하는 무거(武擧) 등을 시행했다. 무측천의 광초현재(廣招賢才) 정책에 부응해 많은 인재가 임용됨으로써 관료체제가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692년 내준신이 죄를 꾸며 그가 모반했다고 고발했다. 그는 모반을 인정했다. 측천이 불러 “경은 모반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무슨 까닭인가?”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고문으로 이미 죽었을 것입니다”고 답하였다. 강서성 팽택으로 쫓겨났다. 697년 봉각난대편장사가 되어 다시 재상에 발탁되었다. 측천의 조카인 무승사와 무삼사는 태자 책봉을 간절히 바랐다. 그가 조용히 황제에게 말하였다. “고모와 조카 사이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와 비교하면 누가 더 가깝겠습니까? 폐하께서 아들을 세우면 천만년 뒤에도 태묘에 모셔져 제사를 올리고 무궁하도록 뒤를 이을 것이지만, 조카를 세우신다면 아직 조카가 천자가 되어 가지고 태묘에 고모의 신주를 모셔놓고 제사를 올렸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측천이 “이는 짐의 집안일이니, 경은 알려고 하지 마라”고 말하였다. 그는 재차 “어느 것인들 폐하의 집안일이 아니겠습니까.”라며 여릉왕 이현을 불러 돌아오도록 설득했다. 이로써 이씨 후손이 후사를 이을 수 있도록 하였다.

돌궐이 변경을 침범해 하북이 소란스럽자 그를 하북안주대사로 삼아 토벌토록 하였다. 백성들을 위무하고 돌궐에게 약탈당한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스스로 거친 현미를 먹고 죄를 범한 사람은 반드시 목을 베었다. 마침내 하북이 안정을 되찾았다.

재상으로 있으면서 많은 인재를 추천했다. “어진 사람을 천거한 것은 나라를 위한 것이지 사사로운 것을 위함이 아니요”라며 요숭, 장간지, 두회정 등을 추천했다. 그들은 후일 공경과 재상 자리에 올랐다. 거란 장수 이해고와 낙무정은 여러번 당군을 괴롭혔는데 당에 귀순을 청하였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으나 “진실로 나라에 이로움이 된다면 어찌 자신을 생각하겠는가”라며 사면을 건의했다.

690년 사망했다. 측천이 울면서 “조정이 텅 비었구나”고 말하였다. 조정에서 큰 일이 있거나 많은 사람이 결정 못하면 측천이 큰 탄식하며 말하기를 “하늘이 나의 국로를 빼앗아 간 것이 어찌 너무 이른가” 사흘간 조회를 하지 않았고 양국공으로 추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