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영광 한빛원전 3·4호기의 ‘흑역사’가 언급됐다. 1980년대 중후반 인허가 및 건설 과정에서의 비리의혹과 부실공사 의혹부터 최근 수년 동안 발생했던 원전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 이물질 유입, 원전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격납건물 구멍까지 한빛 3·4호기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상세히 다뤄졌다.

질의에 나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이 배포한 국감 자료에는 한빛 3·4호기 건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 이름도 올랐다. 인허가 당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처 담당 공무원이 현재 원안위를 이끄는 김용환 위원장이란 점과 그의 재임 기간 원안위의 규제 실패와 국민 신뢰 상실을 지적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날 원자력발전소를 규제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감에 앞서 자료를 내고 “한빛 3·4호기는 인허가 과정, 건설 과정에서 비리의혹, 부실공사 의혹제기가 구체적으로 이뤄진 원전”이라며 “부실공사의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수년간 반복적으로 한빛 3·4호기에서 고장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30년 전 처음 한빛 3·4호기 계약을 시작할 때부터 이 모든 (비리, 부실공사)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영광 주민들이 과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한빛 3·4호기 고장, 사고 내용을 열거한 다음 잇따른 고장과 사고의 배경에 부실공사가 자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추 의원이 공개한 2000년 이후 한빛 3·4호기 고장 및 사고일지를 보면, 3호기 격납건물 그리스 누출(2000년), 4호기 제어봉 안내관 손상(2004년), 4호기 열전달완충판 이탈(2009년), 3호기 원자로용기 상부헤드 배기관 누설(2010년), 3호기 제어봉 안내관 손상(2012년), 4호기 원자로 격납철판 부식(2017년), 4호기 원자로 증기발생기 내 망치 발견 등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한빛 4호기의 경우 돔 형태의 격납건물이 콘크리트 타설 불량으로 빈틈이 적지 않은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추 의원은 한빛 3·4호기의 인허가 및 건설 계약을 둘러싼 비리 의혹,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부실공사와 일련의 원전 고장, 사고와 일정부분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빛 3·4호기의 경우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인 박정기씨가 사장으로 있던 한국수력원자력(당시 한전)이 주도해 지은 첫 원전으로, 5공 청문회(1988년)에서는 한빛 3·4호기가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창구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참가업체 선정과정에서 비리 여부가 도마에 올랐고 운영허가가 나던 시기인 1994년에는 과학기술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실공사가 핵심 쟁점이었다.

제 14대 국회 국감(1994년 10월)에서는 ‘한빛 3·4호기 설계변경 600건, 하자발생 3000건이 발생한 사실’과 ‘총체적 부실공사 상황이 끝내 해결되지 않고서 원전 운영이 시작됐다’는 지적(최락도 민주당 의원)이 제기됐다.

같은 국감에서는 민주당 유인태 의원은 “인코넬 600 소재로 된 증기발생기가 내구성이 취약하다, 증기발생기 조기 교체에 따른 예산 낭비가 예상되는데 왜 문제가 많은 재질로 된 증기발생기를 썼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 전 의원이 23년 전 지적한바와 같이, 한수원은 3000여억원을 들여 한빛 3·4호기 증기발생기(4대)를 조기 교체하기로 했다.

추혜선 의원은 “증기발생기 이물질 발견,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빈틈), 증기발생기 조기 교체 등 관련 사안 모두 부실공사, 부실계약에 따른 결과”라며 “설계수명(40년)의 절반을 넘어 노후원전이 되 가는 지금부터가 더 위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