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염(裴炎, ?∼684)은 강주 출신으로 자는 자륭이다. 당 고종때 재상을 역임한 전문관료다. 무측천의 신임을 받았으나 이경업 반란에 연루되어 684년 반역죄로 처형되었다.

그는 10년 이상을 학문에 정진해 춘추좌씨전과 반고의 한서에 능통했다. 과거시험에 합격해 산동성 박주의 식량담당자가 되었다. 이후 승진을 거듭해 황문시랑이 되었다. 680년 동문서문하삼품, 681년 시중이 되었다. 675년 고종이 아끼던 황태자 이홍이 24세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차남 이현이 태자로 책봉되었다. 그는 사실 무측천의 언니 한국부인의 소생으로 자신의 처지를 의심하고 두려워하였다. 그녀는 소양정범(小陽正範)과 효자전(孝子傳)을 편찬해 태자에게 주고 자주 편지를 써서 나무라니 태자가 몸둘바를 몰라했다. 태자는 성색(聲色)을 좋아하고 노예 조도생 등과 친해 난행의 모습을 보였다. 배염이 사건을 조사해 전말이 드러났다. 태자를 폐위해 서인으로 삼았다. 남색을 가까이 하고 무기와 갑옷을 몰래 숨기고 있다는 죄명이었다.

681년 중신 배행검과 대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배행검은 돌궐족의 평정 업무를 담당했는데 돌궐 지도자인 아사나복념과 아사덕온부는 서로 시기하고 세력을 다투는 사이였다. 아사나복념은 결국 아사덕온부를 체포해 당에 항복했다. 이로 인해 돌궐의 남은 무리들이 평정되었다. 당초 배행검은 그들에게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해 항복을 받아냈다. 배행검의 공을 시기해 다음과 같이 상소했다. “아사나복념은 부장 장건욱과 정무공의 압박을 받았고, 또 회홀 등이 북쪽에서 압박하자 궁색해져서 항복했을 뿐입니다.” 결국 두 지도자는 낙양에서 참수되었다. 이로 인해 돌궐족의 당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682년 관중 지방의 기근이 심해 곡식이 한말에 300전이 되자 고종은 동도인 낙양으로 거처를 옮겼다. 683년 고종이 붕어했다. 그가 유조를 받들었는데 새 황제는 국가와 군대의 중대사를 태후 무측천의 의견을 듣도록 하였다. 중서령으로 승진해 정사를 총괄했다.

684년 취임한 중종은 장인 위현정을 시중으로 임명하려 했다. 배염이 반발하니 “나는 천하를 위현정과 함께 다스리려고 하는데 어찌해 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화를 냈다. 결국 태후와 상의해 황제 폐립을 계획했다. 유의지, 정무정, 장건욱과 함께 군을 이끌고 궁으로 들어와 중종을 폐하여 여릉왕으로 삼았다. 동생 예왕 이단이 취임하니 예종이다. 무승사가 태후에게 무씨 조상들을 왕으로 추봉하고 무씨칠묘(武氏七廟)를 세울 것을 요청하자 배렴은 반대했다. “태후께서는 지극히 공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며, 가까운 사람에게 사사로워서는 안됩니다.” 태후는 가납치 않았고 소원한 마음이 생겼다.

장군 이세적의 손자 이경업이 반란을 일으켰다. 태후가 계책을 묻자 “태후께서 정치를 되돌려주신다면 토벌에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평정될 것입니다”고 답하였다. 태후는 배염이 재상이 된 후 독단적으로 정사를 처리하는 것을 크게 못마땅해 했다. 그를 이경업과 결탁해 모반을 꾸몄다는 죄명으로 체포하였다. 태후에게 간청해 위기를 벗어나라는 권유를 받자 말하기를 “재상이 하옥되었는데 어디에 온전한 도리가 있겠습니까?” 납언 유명선, 봉각시랑 호원범이 변호하기를 “배염은 사직의 으뜸가는 신하로서 온 마음을 다해 황제를 받들고 있는 것은 천하가 알고 있으며 감히 그가 반역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들 또한 하옥되었다.

684년 12월 낙양에서 참수되었다. 배염이 이경업에게 전달했다는 비밀 문서가 발견되자 이것을 근거로 참수한 것이다. 죽음이 임박하자 형제들을 되돌아보면서 말하였다. “형제들의 관직은 모두 스스로 얻은 것인데 나와 연좌되어 유배당해 숨어서 살게 되었으니 어찌 비통하지 않은가?” 사후 집안을 뒤져보아도 항아리에 1석의 식량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이후 무측천은 거침없이 권력을 질주해 690년 당을 폐하고 주나라의 초대 황제가 되었다. 705년 그녀가 퇴위하고 예종이 황제로 다시 복귀하자 710년 사후에 명예가 회복되고 추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