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의 본명은 무조로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성 황제다. 당 고종의 황후로 국정을 사실상 좌지우지 했고 690년에는 당의 국호를 주(周)로 고쳐 스스로 황제가 되어 15년간 천하를 통치했다.

그녀는 장안에서 당의 개국공신 무사확의 차녀로 태어났다. 무사확은 목재상으로 거부가 되었고 당 고조 이연의 진양거병에 참여해 건국에 기여했다. 이 공으로 공부상서, 형주도독을 역임했다. 637년 14살 때 당 태종의 후궁으로 궁에 들어왔다. 태종 사후 감업사 절에 출가했다가 고종 즉위후 궁으로 돌아왔다. 뛰어난 미모와 지략으로 황제의 총애를 받아 왕황후를 제거하고 황후가 되었다. 그러나 황후가 되는 길은 녹록치 않았다. 고명대신인 장손무기, 저수량 등의 반대가 심했다. 특히 태종의 유지를 받은 저수량의 반대는 격렬했다. “무씨는 선제를 모신 적이 있습니다. 어찌 천하의 이목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라며 극력 반대했다. 결국 “황후를 새로 세우는 것은 왕실 집안의 일”이라는 장군 이세적의 주장에 힘입어 어렵게 황후가 되었다. 4남 2녀를 낳았다.

고종의 황후로 공신인 장손무기, 저수량, 우지녕 등을 몰아내고 허경종, 배렴 등을 발탁했다. 장손무기를 검주로 귀양 보내 자진케 만들었고 저수량을 담주도독으로 좌천시켜 중앙 정계에서 축출하였다. 656년 다른 후궁이 낳은 황태자 이충을 몰아내고 자신의 장남 이홍을 그 자리에 앉혔다. 664년부터 수렴청정을 통해 고종과 무측천의 공동 통치가 시작되었다. 이성(二聖)으로 불릴 정도로 조정을 좌지우지했다. 어지럼증이 심하고 시력이 나빠진 고종을 대신해 사실상 국정을 이끌었다. 683년 고종 사후 장남 이현을 황제로 세우니 중종이다. 그러나 중종의 위황후가 권력을 휘두르자 중종을 폐하고 넷째 아들 이단을 예종으로 즉위시켰다. 결국 690년 주 왕조를 세웠다. 수도도 장안에서 낙양으로 천도했다. 705년 건강이 나빠지자 재상 장간지가 궁중 쿠데타를 일으켜 당을 부활시켰다.

그녀는 잔혹한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했다. 대표적 혹리 주흥, 내준신, 색원례 등을 등용해 통치에 걸림돌이 되는 수많은 황족과 귀족을 처벌했다. 쇠고리로 죄수의 머리를 조인 다음 쇠고리 사이에 나무쐐를 박아 머리가 터져 뇌수가 흘러나올 때까지 박아 넣었다고 한다. 뜨거운 촛물을 코안에 부어넣기도 했다.

신분과 가문에 상관없이 유능한 신진 인재를 과감히 영입했다. 세대교체와 지배세력의 변화를 통해 정통 귀족집단과 신흥 관료집단이 경쟁하는 통치체제를 구축했다. 광초현재(廣招賢才) 정책을 펴 각지에서 뛰어난 인재를 발탁했다. 이소덕, 적인걸, 요숭, 송경 등이 후일 재상의 지위에 오른 대표적 인재들이다. 그녀는 황제가 되자 친정 조카 무승사를 재상으로 임명했다. 그의 권세가 하늘을 찔렀다. 이소덕은 “재상의 권세가 너무 커 위험합니다”고 직언해 조카를 파면시켜 무씨의 전횡을 견제했다. 적인걸은 국로(國老)라고 불리며 치세 말년 핵심 참모가 되었다. 그는 황제의 꿈을 잘 해몽해 조카 대신 자신이 낳은 아들인 이현을 다시 황태자로 세우도록 만들었다. 그가 죽자 그녀는 “조정이 텅빈 것과 같다”고 크게 탄식했다고 한다. 요숭과 송경은 후일 현종을 보좌해 개원지치(開元之治)를 가능케 만든 뛰어난 관료였다.

왕족과 관료에 대한 숙청에도 정권이 잘 지탱된 것은 민생의 안정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토지매매를 금지하고 귀족들의 토지겸병을 억제했다. 살기 어려워 도주한 농민들이 귀농토록 여러 가지 구제 대책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궁중의 권력투쟁은 일종의 ‘찻잔 속의 태풍’과 같았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극을 달린다. 천하의 요물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고 당의 전성시대를 이어가도록 했다는 평가도 있다. 역사가 오함은 “측천무후는 당 태종이 세운 왕조의 기반을 강화, 발전시켰다. 50년간 측천의 활약이 없었다면 현종의 개원지치도 역시 없었을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치통감은 그녀가 “정사를 명찰, 선단했다”고 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