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부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퇴역식에서 신규원전 건립백지화, 설계수명 만료 원전 연장가동 금지를 골자로 한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국민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후 밝힐 탈핵로드맵에는 문 대통령이 고리원전 1호기 퇴역식 기념사에서 언급한 원전 안전성 확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 강화, 원전 사고 고장의 투명한 공개 등 안전성 강화 방침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비유되는 우리나라 원전의 최대 현안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빼놓고서 탈핵로드맵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내놓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관리 기본계획’은 큰 틀의 변화가 예상된다.

당시 계획안은 오는 2024년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이 포화될 예정인 영광 한빛원전을 비롯한 국내 원전 부지에 기존에 없던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 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을 새롭게 건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가 핵폐기물 저장소가 들어선다는 정부 발표와 더불어, 자칫 영구처분장 부지 확보에 실패할 경우 임시처분장이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영광을 비롯한 원전 소재 자치단체의 반발이 일었다.

임시 저장시설을 건립한 후 중간저장 시설을 별도로 건립하고, 오는 2050년대 중반까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국내 지자체 가운데서 추천을 받아 부지 조사를 한 후 오는 2028년 영구처분장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탈핵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로드맵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부분을 넣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조율 중이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정부가 이미 밝힌대로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관한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졸속 수렴 비판을 받았던 공론화조사와 달리)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고준위 핵폐기물인 폐연료봉에서는 무려 10만년간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탓에 지난 1980년대 이후 역대 정부마다 영구처분장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을 추진하다가 국민 갈등만 낳고 무산됐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