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30년 한빛원전 진단한다 ④ 사용후핵연료 밀집 보관이 더 문제
2017년 09월 18일(월) 00:00 가가
임시저장소 2024년 포화 …후쿠시마보다 저장환경 취약
영광 한빛원전 내부 임시저장소에 폐연료봉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정부와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타고 남은 폐연료봉 등) 처리방침을 30여년째 세우지 않고 미루면서다.
원전사업자는 매년 쏟아져 나오는 폐연료봉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방침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1986년부터(한빛 1호기 가동) 매년 쏟아져 나오는 폐연료봉을 발전소 내부 물탱크 안에 ‘임시’ 보관〈사진〉해왔다. 그러던 중 물탱크 저장 공간 포화가 예상되자 수년전 ‘조밀렉 시공’(물탱크 내부 공간을 기존보다 더 촘촘히 조밀하게 나누는 시공)을 거쳐 기존보다 더 빽빽하게 폐연료봉을 물에 담가놓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의 우려가 시작되는 부분도 바로 여기다.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을 물탱크 안에 임시(5∼10년가량) 보관한 다음 인간의 생활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된 안전한 처분장으로 옮겨야하는데 37년째 발전소 내 물탱크에, 그것도 조밀렉 시공을 통해 애초 설계보다 빽빽하게 보관했다는 것은 위험한 저장방식이라는 경고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빛원전(1∼6호기)에 보관 중인 폐연료봉은 1호기에 1648다발, 2호기 1130다발, 3호기 986다발, 4호기 914다발, 5호기 712다발, 6호기 644다발 등 6034다발이다. 한빛원전 임시저장소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총 9017다발 저장할 수 있는데 2024년 가득 차게 된다. 별도의 시설을 추가 건립하지 않는 한 원전가동이 멈추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폐연료봉이 쌓이는 양만큼 사고 위험성과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고준위 핵폐기물인 폐연료봉 하나하나가 최대 10만년 이상 독성물질을 내뿜을 정도로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자칫 지진 등 자연재해나 기기결함에 따른 전원상실 사고(전기공급 차단) 등으로 수조 속에 붕산수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 대기에 노출될 경우 대형 방사능 사고로 연결될 수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원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미국 기계기술사)는 “사용후 핵연료 온도가 5000도를 넘나든다. 한 곳에 많은 양의 폐연료봉을 모아둔 자체의 위험성이 무척 크다. 핵분열을 막는 붕산수 공급이 안 되면 다 녹아버리는 멜트다운 사태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준) 소장(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 역시 정부와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의 사용후 핵연료 대책에 대해 “국민 안전에는 관심도 없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지속적으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가 두께 1m의 콘크리트 외벽으로 된 격납건물 밖에 위치한 점을 들어 미사일 공격이나 테러 위협에도 무척 취약한 구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조 속 임시보관 상태의 폐연료봉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해일(쓰나미)이 불러온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는 원자로에 있던 핵연료(연료봉)자체보다 발전소 내부 임시시설에 보관 중이던 폐연료봉(사용후핵연료)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탓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1∼4호기 원전에서 녹아내린 폐연료봉의 양(1496다발)과 비슷한 규모의 폐연료봉이 발전소 1개 호기 안 수조에 무더기로 보관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테러 등 만일의 경우를 가정하면 격납용기도 아닌 일반 건물 수조에 수십년간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자체가 아궁이 옆에 짚더미를 쌓는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임시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오래 보관하지 않고 따로 안전하게 보관한 것이 그나마 피해 확산을 줄였던 점을 고려하면, 2024년 포화시점 이전이라도 보다 근원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발전소 전원 상실시 이동형 발전차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거나 소방차를 이용해 냉각수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나, 원전 전문가들은 “이동식 발전차라는 것이 바퀴가 승용차보다 낮아 자연재해 시 장애물을 넘고 이동해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냉각수 공급에 소방차를 이용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 측은 미사일 공격이나 테러 위협에 대한 대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 사고 시나리오가 냉각수펌프 고장 등 단기적인 냉각능력 상실의 경우의 수만 가정하고, 수조 물이 상실되는 대형사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점 ▲원전 위험성 평가에서 사용후핵연료 자체를 평가 대상에서 빼놓은 점 등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총 2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폐연료봉 관리 방식은 습식(濕式)이 대부분이다. 깊이 14m 규모의 수조에 핵분열을 막는 붕산과 함께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방식이다. 폐연료봉은 이런 방식을 통해 5∼7년 정도 냉각과정을 거쳐 열을 식히게 된다. 원자로에서 핵분열 과정을 거친 폐연료봉은 수명이 다 된 뒤에도 우라늄238(95%)과 플루토늄239(1%) 등 강력한 방사성 물질과 높은 온도의 잔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습식 저장을 거쳐 중간처분장 내지 영구처리장으로 옮겨져야하지만, 국내에는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을 제외하고는 중간처분장과 영구처분장이 없으며, 지을 부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정부와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타고 남은 폐연료봉 등) 처리방침을 30여년째 세우지 않고 미루면서다.
원전사업자는 매년 쏟아져 나오는 폐연료봉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방침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1986년부터(한빛 1호기 가동) 매년 쏟아져 나오는 폐연료봉을 발전소 내부 물탱크 안에 ‘임시’ 보관〈사진〉해왔다. 그러던 중 물탱크 저장 공간 포화가 예상되자 수년전 ‘조밀렉 시공’(물탱크 내부 공간을 기존보다 더 촘촘히 조밀하게 나누는 시공)을 거쳐 기존보다 더 빽빽하게 폐연료봉을 물에 담가놓고 있다.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을 물탱크 안에 임시(5∼10년가량) 보관한 다음 인간의 생활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된 안전한 처분장으로 옮겨야하는데 37년째 발전소 내 물탱크에, 그것도 조밀렉 시공을 통해 애초 설계보다 빽빽하게 보관했다는 것은 위험한 저장방식이라는 경고다.
이들은 고준위 핵폐기물인 폐연료봉 하나하나가 최대 10만년 이상 독성물질을 내뿜을 정도로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자칫 지진 등 자연재해나 기기결함에 따른 전원상실 사고(전기공급 차단) 등으로 수조 속에 붕산수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 대기에 노출될 경우 대형 방사능 사고로 연결될 수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원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미국 기계기술사)는 “사용후 핵연료 온도가 5000도를 넘나든다. 한 곳에 많은 양의 폐연료봉을 모아둔 자체의 위험성이 무척 크다. 핵분열을 막는 붕산수 공급이 안 되면 다 녹아버리는 멜트다운 사태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준) 소장(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 역시 정부와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의 사용후 핵연료 대책에 대해 “국민 안전에는 관심도 없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지속적으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가 두께 1m의 콘크리트 외벽으로 된 격납건물 밖에 위치한 점을 들어 미사일 공격이나 테러 위협에도 무척 취약한 구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조 속 임시보관 상태의 폐연료봉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해일(쓰나미)이 불러온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는 원자로에 있던 핵연료(연료봉)자체보다 발전소 내부 임시시설에 보관 중이던 폐연료봉(사용후핵연료)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탓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1∼4호기 원전에서 녹아내린 폐연료봉의 양(1496다발)과 비슷한 규모의 폐연료봉이 발전소 1개 호기 안 수조에 무더기로 보관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테러 등 만일의 경우를 가정하면 격납용기도 아닌 일반 건물 수조에 수십년간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자체가 아궁이 옆에 짚더미를 쌓는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임시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오래 보관하지 않고 따로 안전하게 보관한 것이 그나마 피해 확산을 줄였던 점을 고려하면, 2024년 포화시점 이전이라도 보다 근원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발전소 전원 상실시 이동형 발전차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거나 소방차를 이용해 냉각수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나, 원전 전문가들은 “이동식 발전차라는 것이 바퀴가 승용차보다 낮아 자연재해 시 장애물을 넘고 이동해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냉각수 공급에 소방차를 이용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 측은 미사일 공격이나 테러 위협에 대한 대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 사고 시나리오가 냉각수펌프 고장 등 단기적인 냉각능력 상실의 경우의 수만 가정하고, 수조 물이 상실되는 대형사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점 ▲원전 위험성 평가에서 사용후핵연료 자체를 평가 대상에서 빼놓은 점 등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총 2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폐연료봉 관리 방식은 습식(濕式)이 대부분이다. 깊이 14m 규모의 수조에 핵분열을 막는 붕산과 함께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방식이다. 폐연료봉은 이런 방식을 통해 5∼7년 정도 냉각과정을 거쳐 열을 식히게 된다. 원자로에서 핵분열 과정을 거친 폐연료봉은 수명이 다 된 뒤에도 우라늄238(95%)과 플루토늄239(1%) 등 강력한 방사성 물질과 높은 온도의 잔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습식 저장을 거쳐 중간처분장 내지 영구처리장으로 옮겨져야하지만, 국내에는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을 제외하고는 중간처분장과 영구처분장이 없으며, 지을 부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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