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宗(628∼683)은 당나라의 3대 황제로 이름은 이치다. 태종의 9남으로 모친은 장손황후다. 황제로 즉위한 후 당 왕조의 번영을 이끌었으나 건강이 악화되면서 측천무후의 전횡을 막지 못했다.

그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 자체가 하나의 이변이었다. 태종의 9남으로 후계자 구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태자 승건의 난행이 계속되자 폐태자 논의가 본격화 되었다. 태종의 다섯째 아들인 제왕 이우의 모반이 일어났다. 조사 과정에서 태자 승건이 연류된 것으로 드러났다. 태자의 모반 사건에 장군 후군집이 연류되었다. 태종은 후군집을 처형하고 태자를 폐위키로 결정했다. 능연각 24인의 한명인 후군집의 처형은 태종에게 커다란 고통이었다. 후임 태자를 놓고 4남 위왕 이태를 미는 세력과 9남 진왕 이치를 미는 세력이 대립했다. 저수량은 이태의 호전성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는 “폐하께서 위왕을 태자로 세우시려거든 먼저 진왕을 처리해 후환을 없애야 할 것입니다.”라고 직언했다. 태종은 결국 장손무기 저수량 이세적 등의 지지를 받은 이치를 낙점했다. “어질고 효성스럽다”는 인품이 그를 3대 황제로 끌어 올렸다.

고종은 즉위 후 대 고구려 전쟁과 토목공사를 중단시켰다. 민생의 안정에 노력했다. 태종 말년 요동 정벌 등으로 국력이 소진되고 민생의 어려움이 커졌다. 영휘 3년(652) 전국의 인구가 정관 시기의 300만 호에서 380만호로 증가했다. 654년에는 풍년이 들어 전국의 곡물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각종 제도와 정비에 박차를 가해 653년 성문법전인 당률소의(唐律疏議)를 완성 편찬하였다. 한반도에 대한 공략도 신라와의 동맹을 계기로 크게 성과를 내었다. 660년 나당 연합군을 보내 백제를 멸망시키고 668년에는 고구려를 패망시켰다. 소정방, 이세적, 설인귀, 유인궤 등을 보내 평양성을 함락시키고 요동지방에 9개의 도독부를 설치했다.

무측천의 등장은 통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영휘 원년(650년) 왕비인 왕씨를 황후로 세웠다. 왕황후가 아들을 낳지 못하자 소숙비가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태종의 후궁이었던 무측천이 입궁하자 고종의 총애가 그녀에게 기울었다. 결국 왕황후를 폐하고 무측천을 새 황후로 세우려고 결심했다. 고명대신인 장손무기, 저수량 등이 강하게 반대했다. 태종의 유지를 쓴 저수량은 “황제께서 황후를 바꾸시려면 천하의 명문가에서 뽑아야지 하필 무씨 입니까. 무씨는 선제를 모신적이 있습니다”며 극력 반대했다. 황후를 바꾸는 것은 “황제 집안의 일”이라는 이세적의 주장에 힘입어 무측천을 황후로 뽑았다.

그녀는 잔인한 성정과 냉정한 판단력으로 조정대권을 장악했다. 중종, 예종 등 네명의 아들을 낳아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고종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무측천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점인데 어지럼증이 심하고 시력이 나쁜 고종으로서는 그녀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는 적절한 조언으로 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보필했다. 고종과 무측천은 이성(二聖)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건강이 나빠진 고종 말년에 그녀의 권세와 역할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측천이 처리하는 일마다 황제의 뜻에 부합했다”는 사서의 기록이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무측천의 권력이 커지자 고종은 그녀를 폐할 생각을 했다. 제상인 상관의를 불러 상의했다. 상관의는 “황후의 전횡에는 조정 전체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폐위를 시키십시요”라고 건의했다. 상관의에게 무황후를 폐하라는 조칙을 성안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눈치챈 그녀의 반발로 폐황후는 없던 일이 되고 상관의에게 죽음이 내려졌다. 상관의 일가는 모두 궁중의 노비가 되었다.

674년부터 마지막 10년은 고종과 무측천의 공동 통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고종 사후 사실상 무측천의 독재가 가능케 되었다. 682년 태산으로 행차해 봉선(封禪)을 행하였다. 683년 낙양의 정관전에서 56세로 세상을 떠났다. 12월 병이 심해지자 재상 배렴을 불러 유조를 내렸다. 이현이 중종으로 즉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