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의 주요 원인으로 밀집 사육 등 공장식 축산 환경이 지목되면서 사실상 예견된 재앙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충제가 검출된 산란계 농장 대부분이 A4용지 보다 좁은 공간에 닭을 가둬놓고 계란을 생산하는 밀집 사육 농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살충제 계란’과 조류독감 등 잇따라 발생하는 축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식품 안전을 위해서 ‘공장형 밀집 사육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산란계 농가의 94% 정도가 공장식 밀집 사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공장식 밀집 사육 농가는 대부분 닭 한 마리 당 가로 20cm, 세로 25cm 정도로 A4용지(21cm×29.7cm) 한장 보다도 적은 0.05㎡의 공간에서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다닥 다닥 붙은 철제 닭장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이 마치 배터리를 쌓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라고도 불린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사육된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면역력이 떨어져 전염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닭은 습성상 몸에 붙은 진드기 등 해충을 흙에 몸을 문질러 털어낼 수 있지만, 밀집 사육되는 닭은 좁은 공간에서 그럴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살충제가 사용된 것이다.

특히 살충제 살포가 반복되면 해충의 면역이 높아져 살충제 독성도 강해지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탓에 피프로닐처럼 사용금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마저 해충을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 뿐만이 아니라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을 비롯한 구제역 등 가금류 및 가축 전염병 발병 원인도 공장식 축산환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동물복지나 식품안전 보다는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축산 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6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AI와 구제역 등 주요 가축 질병이 재발한 주요 원인으로 밀집 사육을 꼽았다.

이에 앞서 정부는 고병원성 조류독감(AI)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산란계 1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현행 0.05㎡에서 유럽 수준인 0.07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농가는 적용을 10년간 유예했고, 아직 관련법 개정 작업을 시작도 하지 못하면서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이 또 다시 터져나왔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기존의 밀집 사육방식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동물복지 사육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