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蕭瑀, 575-648)는 남북조시대 양 왕조의 황족 출신으로 마지막 황제 소종의 아우다. 자는 시문으로 수양제 정비 소황후가 누나가 된다. 당 왕조에 기여한 공으로 능연각 24인의 한명으로 선정되었다.

당고조 이연이 617년 장안에 들어오자 귀순해 송국공에 임명되었고 크게 신임을 받았다. 황족 출신답게 학문이 깊었고 예의에 뛰어났다. 현무문의 정변으로 이세민이 즉위하자 태자소사가 되었다. 정관 원년(627년) 황제는 군신들과 주(周)와 진(秦)왕조의 흥망 문제를 논의했다. 그가 “은나라의 주왕이 부도했기 때문에 주의 무왕이 그를 정벌했습니다. 주와 전국시대 6국은 죄가 없었는데 진시황제가 그들을 멸망시켰습니다. 천하를 얻은 것은 비록 같으나 민심을 잃은 것은 다릅니다.”고 주장했다. 태종은 “공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주나라는 천하를 얻고서 인의를 닦는데 노력했는데, 진나라는 천하를 얻은 연후 거짓과 힘을 숭상했다. 이것이 왕조의 수명이 다른 이유다.”고 말했다.

정관 4년(630년) 태종은 방현령과 소우에게 “수 문제는 어떤 군주인가”를 하문했다. 그가 답하기를 “수 문제는 부지런히 정치를 했고 어떤 경우에는 해가 저물 때까지 일했습니다. 비록 성품은 인후하지 않았으나 열심히 노력한 군주였습니다.” 태종은 이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공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문제는 일을 모두 스스로 결정했고 군신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군신들은 군주의 생각을 알고 나서 오직 결정된 것을 수행했고, 완성된 것을 받았다. 비록 허물과 과오가 있었어도 간쟁을 할 수 없었다. 이것이 수나라가 2대에서 망한 까닭이다.” 태종은 수나라의 멸망을 끊임없이 의식했다. 소우는 태종에게 끊임없이 역사의식을 상기시키는 뛰어난 간관이었다.

634년 태종은 중신들이 천하를 나누어 순행토록 하였다. 태상경 소우 역시 12인의 중신과 같이 순행에 참여해 지방 관리들의 복무자세, 민간인의 애로와 고통,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 발굴 등의 과업을 수행했다. “간곳마다 짐이 친히 본 것처럼 하라”는 황제의 뜻을 잘 받들었다.

635년 태종은 그를 정2품인 특진(特進)으로 임명하고 ‘진실로 사직의 신하’라며 칭찬했다. 시를 내려 “거센 바람은 굳센 풀을 알고, 혼탁한 세상은 충성스런 신하를 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속이 좁고 포용력이 부족한 점을 우려해 “경의 충직함은 옛사람을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선악이 너무 분명해 때로 잘못할 때가 있다”며 경계하였다. 위징이 이를 보고 “소우가 혼자 외톨이였는데 오직 폐하께서 그의 충성과 굳셈을 아십니다. 만일 밝은 지혜가 있는 군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고 답하였다.

643년 황태자 이승건을 폐하고 진왕 이치를 새로운 후계자로 세웠다. 태종은 소우를 태자태보로 삼고 이세적을 태자첨사로 삼았다. 둘이 함께 동중서문하삼품으로 임명되었다. 진왕의 측근으로 삼아 왕조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그만큼 그의 충성심을 높이 산 것이다.

645년 태종은 요동 친정을 단행했는데 소우를 낙양 유수로 임명했다. 646년 방현령이 당파를 만들어 모반을 꾀했다고 다음과 같이 무고를 했다. “방현령 일파는 무리를 짓고 충성하지 아니하며 권력을 잡고 굳게 뭉쳤으나 폐하께서 자세히 모르고 계십니다.” 태종은 “경의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군주가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뽑아서 수족과 심복으로 삼았다면, 마땅히 성심으로 그에게 맡겨야 한다. 짐이 비록 총명하지는 못하지만, 어찌 선과 악을 제대로 판단 못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고 말했다. 결국 상주자사로 전출되고 봉책이 박탈되는 처벌을 받았다.

648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태종은 “시호라는 것은 행적이어서 마땅히 그 사실에 맞아야 하니 정편공(貞?公)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정은 곧은 말을 하며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며, 인색해 덕을 베풀지 않은 것을 편이라고 한다. 소우를 보는 황제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