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지경덕(尉遲敬德, 585-658)은 삭주 평노 출신으로 자는 경덕이다. 선비족 출신으로 이세민 휘하에 들어가 군공을 세웠다. 후일 능연각 24인의 한명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수말 혼란기에 산시 지방의 군벌 유무주 밑에서 활약했다. 이세민이 유무주를 정벌하자 투항했다. 이후 이세민과 함께 싸움터에 나가 공을 세웠다. 두건덕과의 싸움에서 뛰어난 기마술을 보여주었다. 세민은 그에게 말하기를 “나는 활을 들테니 그대는 긴 창을 들고 따르라, 나는 원거리 공격을 그대는 단거리 공격을 맏으면 설사 백만대군이 오더라도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둘의 맹활약으로 적군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적의 수급을 300개나 얻고 적장 은추, 석창을 생포했다.

왕세충과의 싸움에서도 큰 공을 세웠는데 항복한 유무주의 부하들이 모두 배반하고 떠나갔다. 세민측의 장군들은 그를 의심해 군대안에 가두었다. 좌복야 굴돈통은 “위지경덕은 날쌔고 용감해 그를 가두어서 반드시 원망할 것인데 남겨두면 후환이 될까 걱정이다. 끝내 그를 죽이는 것과 같지 아니하다”고 청하였다. 세민은 그를 석방하고 금을 하사하며 말했다. “대정부의 뜻과 기개는 서로 기대하는 것이 있는데, 작은 혐의는 마음에 두지말라. 나는 충성스럽고 훌륭한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이오.”

황태자 건성파와 세민파의 갈등이 심화되어 현무문의 정변으로 이어졌다. 세민은 형제들을 제거하는 계획에 소극적이었다. “형제간에 서로 해치는 것은 가장 큰 죄악이다“며 주저했다. 그러나 결국 장손무기, 방현령, 위지경덕 등의 주장에 따라 선공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세민이 활을 쏘아 형 건성을 죽였다. 세민의 말이 달리다가 나무에 걸려 움직일 수 없었다. 동생 이원길이 급히 말을 달려 세민에게 활시위를 당겼다. 위기상황에서 위지경덕이 고함치며 나타나 활을 쏘아 죽여버렸다. 그는 이건성과 이원길의 목을 베어 높이 쳐들어 황태자파 부하들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었다.

일찍이 제왕 이원길은 말을 질주해 창을 잘 던졌다. 그가 창을 잘 피한다는 소리를 듣고 친히 시험했는데 세 번이나 창을 빼앗겼다. 이로 인해 이원길이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세민이 그를 중용한 것은 충성심 이외에 뛰어난 기마술 때문이다. 그는 진숙보 등과 함께 가장 뛰어난 기마장수로 인정받았다.

현무문의 공으로 우무후대장군, 개부의동삼사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자신의 무공을 과시한 까닭에 중신들과 사이가 원만치 않았다. 정관 6년(632년) 궁중 연회에 참여했는데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너는 무슨 공으로 나보다 위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임성왕 이도종이 이를 보고 화해를 시키려 했는데 그가 주먹으로 도종을 때려 눈에 큰 상처를 입혔다. 태종은 그에게 “짐이 한 고조 유방이 공신을 주멸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늘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들과 함께 부귀를 보존해 자손들에게도 끊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경은 자주 법을 어기는구나. 이제야 한신과 팽월이 죽은 것이 고조의 허물이 아님을 알겠다. 스스로를 닦고 삼가해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위지경덕이 두려움에 스스로 삼가했다.

639년 태종이 그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혹 말하기를 경이 배반하였다고 하는게 무엇이오” 그가 답하기를 “신이 폐하를 따라 사방을 정벌하였는데, 몸소 백번의 전투를 경험하였으니, 지금 남아있는 것은 모두 창칼의 흔적입니다.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는데 다시 신이 배신하였다고 의심하십니까?” 옷을 벗어 상처를 보여주었다. 황제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경은 다시 옷을 입으시오. 짐이 경을 의심하지 않은 고로 경에게 말한 것이니 다시 한스럽게 생각마시오”.

그는 태종의 요동친정을 반대했다. 상소를 올려 “변방 귀퉁이의 작은 이적은 만승을 수고롭게 하기에는 부족하니, 바라건대 일부 군사를 파견해 정벌하여도 무방합니다”고 건의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658년 세상을 떠났다. 말년에 한가하게 살면서 연못과 누대를 짓고 명상하면서 음악을 연주하며 소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