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량(?遂良, 596-658)은 저장성 항저우 출신으로 자는 등선이다. 서법(書法)에 뛰어나 구양순, 우세남, 설직과 함께 초당사대가(初唐四大家)의 일인이다. 무측천의 황후 책봉에 반대해 좌천되어 근심속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수나라 말기 통사사인을 지냈다. 당 건국 후에는 이세민 휘하에 들어가 개조참군을 지내는 등 신임을 받았다. 홍문관 18학사의 일원인 우세남과 구양순으로부터 문학과 서법을 배웠다. 젊은 준재로서 홍문관을 좌지우지했다. 정관 3년(629년) 기거랑이 되어 황제의 행적을 기록하는 사관의 업무를 맡았다. 이후 위징, 왕규 등이 맡았던 간의대부가 되어 태종에게 간언을 계속했다. 황제는 대부분 그의 주장을 가납했다.

그는 태종의 요동 정벌을 강력히 반대했다. 고구려는 장군 연개소문이 영류왕을 시해하고 보장왕을 새로 옹립하는 정변을 일으켰고 反唐 노선을 고수했다. 644년 태종은 “연개소문이 군주를 시해하고 백성을 잔인하게 학대했다. 지금 또 다시 나의 명을 어기어 토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요동 정벌 방침을 밝혔다. 그는 “폐하께서 지휘하시면 중국이 깨끗이 평안해지고, 사방 오랑캐들이 두려워하고 복종할 위엄과 명망이 큽니다. 그런데 지금 바다 건너 멀리 있는 작은 오랑캐를 정벌하시다 만에 하나 차질이 있게 되면 위엄과 명망이 손상될 것입니다.”라며 반대했다. 태종은 정벌에 나섰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사관으로서 올바른 역사를 써야 한다는 춘추필법의 정신을 굳세게 지켰다. 642년 태종은 그에게 “기록한 내용을 볼 수 없겠는가?”고 물었다. 그는 “사관이 군주의 말씀과 행동을 기록해서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갖추어 기록하는 것은 군주가 감히 그른 일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데 스스로 보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고 답했다. 사관으로서의 기개가 이토록 단호했다.

태종 말년 황태자 폐위 문제가 발생했다. 태자 승건이 기행을 되풀이해서 더 이상 황태자 자리에 놔둘 수가 없었다. 황제는 차남인 위왕 이태를 마음에 두었으나 장손무기 등이 덕이 없다며 온화한 진왕 이치를 밀었다. 장손무기, 방현령, 이세적, 저수량만 있는 자리에서 태종은 “나의 아들들이 행동이 옳지 못해 내 마음이 진실로 의지할 곳이 없다”며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찌르려 했다. 저수량이 칼을 빼앗아 진왕에게 주었다. 그를 황태자로 세우니 뒷날의 고종이다.

그는 사직을 위해 끊임없이 간언했다. 하루는 태종이 그에게 “순임금이 칠기를 만들었는데 이를 간언하는 자가 10여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어찌 간언할만한 것인가”라고 하문했다. 그는 “사치는 나라의 위태로움과 멸망의 근본입니다. 칠기에 그치지 않으면, 금옥으로 그것을 만들 것입니다. 충신은 군주를 사랑하므로 반드시 그 조짐을 막습니다. 환란이 일어난 다음에는 더는 간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하였다. 군신의 관계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다.

649년 태종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병이 위독해지자 장손무기와 저수량을 침실로 들어오게 했다. 그들에게 “태자가 인자하고 효성스러우니 그를 보좌해 인도하라”고 당부했다. 태자 이치에게는 “장손무기와 저수량이 있으니 너는 천하를 근심하지 말라”고 했다. 저수량에게 자신의 유조를 쓰도록 했다.

고종 취임 후 하남군공에 봉해지고 재상인 상서우복야가 되었다. 고종은 부친의 후궁이었던 무측천을 총애했다. 황후를 폐하고 그녀를 황후로 삼고자 하였다. 장손무기와 저수량이 반대했음은 물론이다. 저수량은 “폐하께서 황후를 바꾸시려면, 천하의 명문가에서 잘 골라 뽑아야지, 하필 무씨입니까. 무씨가 선제를 모신 적이 있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 일입니다. 천하의 이목을 어찌 가릴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세 번 생각하소서”라고 간언했다. 두건을 풀고 머리를 찧어 피가 흘렀다. 무측천이 “어찌 때려 죽이지 않습니까”라고 소리쳤다. 결국 담주도독으로 좌천되었고 이후 계주도독, 애주자사 등 외직에 머물다가 658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무측천의 세상이 도래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