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령(房玄齡, 579-648)은 산동성 임치 출신으로 방언겸의 아들이다. 이세민의 참모가 되어 현무문의 정변 때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태종 즉위 후 정관성세(貞觀盛世)가 구현되는데 기여했다.

18세에 진사가 되어 관직에 나갔다. 고조 이연이 진양에서 거병해 장안에 들어와 당나라를 건국하자 이세민의 휘하에 들어가 최고의 책사가 되었다. 차남인 이세민이 왕세충과 두건덕을 격파해 당의 통치기반을 굳건히 하자 태자인 건성 세력과 갈등이 심화되었다. 건성은 동생 원길과 함께 세민 세력을 제거하려 획책했다. 세민은 형제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정면 대결을 주저했다. 세민은 탄식하며 “형제간에 서로 헤치는 것은 고금에도 가장 큰 죄악이다. 그들이 들고 일어나기를 기다린 연후에 정의로 토벌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그는 태자측에 선공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왕의 공적이 하늘을 뒤덮을 만하니 마땅히 대업을 이으셔야 합니다.” 결국 방현령, 장손무기, 위지경덕 등의 주장을 채택해 현무문에서 기습공격으로 건성과 원길을 죽였다. 고조는 퇴위했고 태종의 통치가 시작되었다.

그는 일찍부터 조정안팎의 인재들을 끌어모아 세민의 세가 확장되도록 노력했다. 현무문의 정변이 세민의 승리로 마무리된 것은 이 때문이다. 태종이 즉위하자 중서령이 되고 형국공에 봉해졌다. 이후 재상인 상서좌복야로 승진했다.

정관 시대를 흔히들 ‘위대한 재상의 시대’라고 한다. 방현령, 두여회, 위징, 왕규, 저수량 등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재상직에 올라 위로는 황제를 보필하고 아래로는 신하들과 백성들을 통할하고 위무했다. 정관 초기는 방현령과 두여회 콤비가 크게 활약했다. 방모두단(房謨杜斷). 방현령이 계획을 세우면 두여회가 이를 과감히 실천한다는 고사다. 법규와 제도에 익숙한 방현령은 정관 초기 당의 통치제도와 관료시스템이 정착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태종의 명을 받들어 진서(晋書) 편찬을 주도했고 「당률소의」 「대당신례」 등의 편찬작업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는 수말 천하대란에 따른 경제안정과 법질서 붕괴 문제를 해결키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민생의 안정에 역점을 두었다. 정관 4년 그는 태종에게 국가의 갑옷과 무기가 수나라 때 수준으로 갖추어졌음을 보고했다. 당의 국력이 서서히 호전된 것이다. 태종은 이에 대해 “백성들이 편해지면 나라 역시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고 화답했다. 흐트러진 법질서 회복에 올인했다. 억울한 형 집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형을 줄이고 신중히 집행토록 했다. 수양제 시절에는 닭 한 마리를 훔쳐도 살인에 처해질 정도로 법 집행이 가혹했다. 그러나 태종 시대에 이르러 사형 집행이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국사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조그만 실수도 용인치 않았고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삼갔다. 그는 누구보다도 창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창업과 수성에 관한 논쟁에서 “천하가 혼란스러우면 영웅들이 다투어 일어난다”며 창업의 고통을 강조했다.

정관 말년 후계자 문제와 요동 정벌 문제로 태종과 갈등했다. 그는 위왕 이태의 후원자였다. 장남 이승건이 태자 자리에서 내려오면 차남인 위왕이 승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후일 고종이 된 진왕 이치를 장손무기, 저수량 등이 적극 밀었다.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해졌다. 요동 정벌에 대한 반대로 태종과 사이가 틀어졌다. 태종은 스스로 요동 정벌에 나서 反唐 입장의 고구려를 정벌하고 싶었다. 그는 요동이 장안과 너무 거리가 멀고, 식량이나 군수물자 등의 조달이 용이치 않다고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정관 18년 태종이 고구려 정벌에 나서자 수도 장안의 방어를 맡았다. 그가 배신했다는 고변을 듣자 태종은 고발자를 즉석에서 목벨 정도로 황제의 신임이 두터웠다. 648년 중병이 들자 태종이 직접 문병하고 궁중 음식을 하사하는 등 애정이 각별했다. 사후 문소(文昭)라는 시호를 내리고 태위로 추증했다. 그는 정관성세를 가져온 시대의 명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