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징(魏徵, 580-643)의 자는 현성으로 산동성 곡성 출신이다. 태종 이세민의 간관이 되어 정관성세(貞觀盛世)를 구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수나라말 천하 혼란기에 이밀의 반군에 참여했다. 이밀이 왕세충과의 결전에서 패해 당 고조 이연에게 귀순하자 고조의 장남 건성의 참모가 되었다. 626년 현무문의 정변이 일어나 이세민이 형인 황태자 건성과 동생 원길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다. 태종은 위징을 소환해 엄하게 꾸짖었다. “그대는 왜 우리 형제들을 이간질 했는가?” 그는 당황해하는 기색 없이 “만일 황태자가 소신의 말을 들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고 대답했다. 이세민에 대한 선제 공격을 건의한 그의 의견을 듣지 않아 반대의 결과가 발생했다는 당당한 반론이었다. 태종은 그를 간의대부로 발탁했다. 황제에게 가감없이 직언을 하는 자리였다. 역사에 남는 위대한 군신 관계가 탄생한 것이다.

태종의 측근이 된 위징은 즉시 하북 지방의 민심 수습에 나섰다. 하북은 당나라의 골칫거리로 두건덕, 유흑달 등 반당 세력의 거점이었다. 산동 출신인 그는 하북의 민심을 두루 어루만져 태종의 통합과 포용의 정책이 구현되게끔 노력했다.

그는 “감히 간언했고 능히 간언했고 훌륭히 간언했다”는 말과 같이 위대한 간관이었다. 또한 “임금을 모시는 것은 호랑이를 대하는 것과 같다”며 늘 삼가는 자세를 견지했다. 태종이 패도정치가 아니라 왕도정치(王道政治)를 구현하도록 간언했다. 수말의 천하 대란을 거치면서 엄격한 법적용이 강조되는 패도정치가 성행했다. 그는 백성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정(仁政)을 강조했다.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말처럼 백성이 주인이 되는 왕도정치를 역설했다. 태종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위대한 정치의 시대가 펼쳐질 수 있었다.

태종은 현무문의 비극을 깊이 반성해 간관의 직언을 과감히 수용했다. 그는 납언을 중시했고 언로가 활짝 열리도록 노력했다. 백성을 위해 올바른 정치를 펴는 길만이 형제를 죽이고 왕좌에 오른 자신의 과오를 씻을 수 있었다. 그는 “군신은 함께 난을 다스리고 위기를 극복하게 한다. 군주가 충언을 받아들이면 신하는 거리낌 없이 간언을 할 수 있고 이로써 군신이 화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위 군신일체론(君臣一體論)이다.

하루는 태종이 선물로 받은 사냥매를 감상하던 중 위징이 다가오자 급히 품안에 숨겼다. 위징이 장시간 보고하고 돌아가는 바람에 매가 품안에서 숨이 막혀 죽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감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이처럼 위징은 황제에게도 버거운 신하였다. 태종이 장안에서 낙양으로 가는 도중 소인궁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는데 식사 대접이 소홀하다고 대노했다. 위징은 “수양제는 툭하면 먹을 것이 변변치 않다고 나무란 까닭에 백성들이 반발해 멸망하고 말았다. 폐하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 신중하고 근신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태종은 “다른 사람에게서는 이런 말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고 반성했다. 그는 자신이 섬기는 주군이 요·순 황제만 못함을 부끄럽게 여겨 간언을 자신의 의무로 삼았다고 한다. “여러 주장을 두루 들어야 사리가 분명해지고 일부의 주장만 들으면 편협해진다”는 겸청편신(兼廳偏信)이야말로 그의 직언방식이었다.

그는 태종의 고구려 정벌을 반대했다. 국력의 손실이 크고 정벌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위징 사후 요동 정벌에 나섰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회군 길에 “위징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았을 것이다”라며 크게 후회했다. 643년 중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다. 문정공(文貞公)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그가 죽자 태종은 “사람이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옛일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있다. 이제 위징이 세상을 떠났으니 거울 하나를 잃은 셈이다”고 깊이 탄식했다. 위징이야말로 태종의 거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