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민(李世民, 599-649)은 고조 이연의 차남으로 부친을 도와 당나라 건국에 크게 기여했다. 후일 현무문의 정변으로 형제들을 죽이고 황제가 되었으나 선정을 베풀어 왕조를 반석에 올려놓았다.

수양제 말기 고구려 원정 실패, 대운하 공사 등으로 천하 민심이 크게 동요했다. 강남의 강도로 내려간 수양제가 618년 우문화급에게 살해당했다. 이밀, 왕세충, 두건덕 등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이세민은 진양의 군사령관인 부친을 설득해 유명한 진양 거병을 단행했다. 수도 장안을 장악하고 당나라를 건국했다. 통일의 최대 걸림돌은 이밀, 왕세충, 두건덕이었다. 이밀은 왕세충에게 패해 당에 귀순 후 배신을 도모하다가 처형됐다. 620년 낙양의 왕세충을 공격했다. 왕세충은 두건덕에게 도움을 청했고 두건덕은 10만의 군대를 거느리고 지원했다. 이세민의 뛰어난 지휘로 왕세충, 두건덕 연합군을 물리쳤다. 621년 두건덕을 격파해 처형하고 왕세충도 낙양에서 항복했다. 이세민의 공이 너무 커 황태자 건성에 준하는 천책상장(天策上將)의 지위를 주고 우대했다. 이에 따라 후계 갈등이 심화되었다.

626년 6월 왕궁의 북문 현무문에서 진왕 이세민은 형과 동생을 살해했다. 부친 고조가 양위하고 그의 통치가 시작되었다. 그의 치세는 후일 정관지치(貞觀之治)로 높이 평가되었다. 현무문의 비극을 반성하고 올바른 정치, 백성을 위한 정치로 자신의 죄값을 치르려했기 때문이다. 그가 네 살때 관상쟁이가 그의 얼굴을 보고 부친 이연에게 “공께서는 귀인이시니 귀한 아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라며 세민을 보고 스무살 성인이 되면 세상(世)을 구하고 백성(民)들을 편안하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가 명군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수양제 말기 천하의 혼란을 극복해 정관성세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현무문의 비극은 아킬레스건이었다. 자신의 과오를 끊임없이 반성해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특히 무장으로 출발해 위대한 문치시대를 열었다. 정관의 시기를 ‘위대한 정치의 시대’ ‘군신 화합의 시대’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그는 23년 재위기간 동안 강력한 민본정책을 추진했다. 이민위본(以民僞本)을 치국의 기초로 삼아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지향했다. 국민을 ‘섬기는’ 통치를 구현하려 노력했다. 이에 따라 백성들의 삶이 여유로워졌다. 자치통감에는 “동쪽으로 바다, 남쪽으로 오령에 이르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했으며, 먼길을 떠나는 사람은 양식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중도에서 얻어 충당할 수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실용주의 정신으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했다. 허례를 멀리하고 국리민복과 부국강병에 노력했다. 낙양궁 건설 중단, 사냥 자제, 궁궐 개보수 최소화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재정을 아끼고 작은 정부를 구현하려는 노력을 배가했다. 공자가 말한 정재절재(政在節財), 정치의 요체는 재물은 아끼는데 있다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추구했다.

정관시대는 다양한 인재들이 국정에 참여한 시기였다. 이세민의 관용이 중국사상 가장 뛰어난 인재대국을 건설했다. 방현령, 두여회, 위징, 장손무기 등 걸출한 인재들이 활약했다. 특히 반대세력에 대한 포용정책으로 이밀 휘하의 서세적, 건성 휘하의 위징 등을 과감히 발탁했다. 뛰어난 포용력으로 분열된 국가의 통합을 도모했다. 무엇보다도 지역, 종교, 민족을 초월한 개방주의로 세계제국을 건설했다. 오랜 라이벌인 돌궐과 화해하고 편협한 한족주의(漢族主義)를 탈피해 세계국가를 지향했다. 수도 장안이야말로 다민족이 모인 국제도시였다. 서역인, 중앙아시아인, 몽골인 등이 모여 사는 통합의 장소였다.

“예로부터 군주의 재난은 바깥이 아니라 임금 자신에게서 야기된다”는 자기구도의 길이 그를 성군으로 이끌었다. “임금의 자리는 간난 속에서 어렵게 얻어서 안일 속에서 쉽게 잃는 법”이라는 명신 위징의 간언을 가납한 것이 그를 성공한 군주로 만들었다. 태종 이세민의 정치철학과 치국이념은 10권 40편 287개 항목으로 구성된 오긍의 정관정요에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