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화급(宇文化及, 583-619)은 수나라 대군 무천 출신으로 권신 우문술의 장남이다. 강도로 내려간 양제를 살해하고 새 왕조를 세웠으나 반군 지도자 두건덕에게 피살되었다.

그는 양제가 태자 시절 전우승이 되고 태자복으로 승진했다. 양제 즉위 후에는 우둔위장군이 되어 권세를 휘둘렀다. 양제는 세 차례의 고구려 원정이 실패로 끝나 큰 곤경에 빠졌다. 대운하와 궁궐 조성 등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국가재정이 고갈되었다. 도처에서 수나라를 타도하려는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616년 전국이 군웅할거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제는 강도의 이궁으로 남하해 향락에 빠져들었다. 대장군 조재는 “지금 백성은 피로하고, 창고는 비어있으며, 도적은 봉기하고, 금령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황제께서는 수도로 돌아가 백성들을 안정시키기를 바란다”고 간하였지만 허사였다. 강도행은 우문술이 권한 것으로 수도 장안과 동도 낙양이 반란으로 위태로울 경우 강남에 위치한 강도가 좋은 방어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18년 우둔위장군에 봉해져 양제의 최측근이 되었다. 양제는 100여개의 방을 두고 미녀를 배치해 날마다 새 방을 찾아가는 황음을 계속했다. 거울을 들여다 보며 곁에 있는 소황후에게 “좋은 머리, 과연 누가 이것을 자를 것인가”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우문술은 양제 말기 죽음을 맞이하면서 근신 처분 상태에 있는 장남을 용서해 줄 것을 간청했다. 부친 덕에 관직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했다. 양제의 친위대는 효과영(驍果營)으로 장안지역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다. 강도에 장기간 주둔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불만이 컸다. 그는 동생 우문지급과 함께 황제 친위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쿠데타를 시도했다.

618년 3월 반역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궁궐에 진입했다. 호부중랑장 사마덕감과 감문직갑 배건통이 쿠데타의 핵심이었다. 양제가 취침한 성상전으로 돌입하던 중 독고성이라는 늙은 장군이 막아섰지만 참살당했다. 양제는 침실에 들어온 사마덕감에게 주모자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그는 “천하가 원한을 같이 한다. 어찌 한사람에 그치겠는가”라는 냉담한 답을 들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양제의 외침에 반역 집단의 일원인 마문거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전해진다. “폐하는 종묘를 유기하고, 유람하며 돌아다니기를 그치지 않았다. 밖으로 정벌에 힘썼고, 안으로 사치와 음란이 극에 달했다. 장정들을 죽이고 아녀자를 도량과 골짜기에 묻었으며 백성은 도적으로 도처에 방기되었다. 오로지 간사하게 아첨하는 자만 믿고 간언을 무시했다. 결코 죄 없다 할 수 없다.” 양제는 비단천으로 목을 매어 죽었다. 그는 양제 살해 후 대승상이 되고 양제의 동생 양준의 아들 양호를 황제로 추대했다. 수의 황족은 이때 거의 다 살해되었다.

우문화급 세력은 강도를 버리고 장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북상했다. 친위대 뿐 아니라 수천명의 궁녀도 포함된 대규모 집단이었다. 황제를 살해한 집단이므로 사기가 무척 낮았다. 궁녀들과 장수들은 배를 타거나 수레를 탔고 병사들은 걸어갔다. 출발 직후 우문화급과 사마덕감 세력간 싸움이 일어났다. 우문화급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하려는 사마덕감의 계획이 사전에 누설되어 전원이 살해됐다. 장안으로 돌아가려면 도중에 있는 동도 낙양을 통과해야 했다. 낙양은 이밀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밀은 부장 서세적이 군사 요충지 여양을 지키게 하고 뒤에서 공격하는 작전을 폈다. 우문화급 진영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밀에게 투항했다. 화친을 제의하는 척 하면서 우문 진영의 식량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결국 이밀을 죽이지 못하고 북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위현에서 황제 양호를 죽이고 제위에 올라 국호를 허 연호를 천수로 정했다. 그러나 주력군이 붕괴된 상태고 많은 사람들이 이밀, 왕세충 등 다른 반란 세력으로 도주했다. 결국 북쪽의 요성으로 달아났다가 두건덕군에 사로잡혀 동생 우문지급, 아들 승기, 승리와 함께 처형되었다. 그의 머리는 돌궐의 의성공주에게 보내졌다. 그녀는 황족 출신으로 수나라 멸망을 크게 원통해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