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맥베스 411’의 작품명은 1606년 영국에서 초연 이후 411년 만에 재탄생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도 했겠지만, 새삼 인간의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내면 심리를 일찍이 꿰뚫어본 셰익스피어에 감탄해본다. 양심의 반란에 번민하고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죄를 더해가는 맥베스의 갈등, 아니 헛된 욕망에 현혹되고 세속적 유혹에 허물어지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은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것 같다.

흔히 ‘양심의 비극’으로 알려진 ‘맥베스’는 맥베스가 개선장군으로 귀향하던 길에 우연히 자신이 영주를 넘어서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그 순간부터 야망을 품고 결국 왕을 살해한다는 줄거리다. 예언대로 왕관을 쓰지만 신하들의 반란으로 무참히 죽음을 맞이하는 맥베스. 셰익스피어는 마녀들이 ‘원래 있지 않은 악의’를 심어주기 위해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 맥베스의 기고만장한 마음속에 싹트고 있던 ‘악의’를 충동시키는 존재로 여겼던 것 같다.

서양미술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작품은 극적인 장면이 많아 작품으로 형상화한 화가들이 많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적 갈등과 고독을 표현해냈던 테오도르 샤세리오(1819∼1856)의 ‘뱅코의 망령을 보는 맥베스’는 맥베스가 권력욕에 사로잡혀 살인을 저지르고 죽음으로 끝을 보고야 마는 인과응보를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이 권좌에 오른다는 예언과 함께 뱅코의 자손이 왕위에 오를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믿고 전쟁동지였던 뱅코를 죽인 후 연회석상에 나타난 망령을 보고 겁에 질린 순간이다. 자신의 눈에만 망령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맥베스가 나락에 떨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의 명언 “눈앞의 공포보다 끔찍한 상상이 더 두렵다”는 의미를 실감하게 하는 화폭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