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누가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명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리더십과 권력, 통치술을 설명하고 있는 ‘군주론’을 다시 뒤적여보게 한다. 영문 번역본이 오류가 많아 이탈리아 원전을 번역했다는 새로운 버전도 소장해 보았지만 역시 압권은 저자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 책인 것 같다.

김상근교수(연세대)는 저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마키아벨리’에서 “사악함의 대명사라 불린 마키아벨리는 강자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조언한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에 의해 억울하게 당하고 사는 약자들을 향한 조언”이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관점으로 마키아벨리에 접근한다. ‘군주론’은 단순히 권력의 속성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고대 로마와 피렌체 역사에 나타난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과 권력의 본질에 대해 논하고 있어 현재 우리사회의 숨 막히는 정치 현장과 숱한 권력 투쟁의 상황에서 한번쯤 다시 펼쳐볼만 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통치술 전반에서 권모술수를 부리는’이란 뜻의 ‘마키아벨리즘’ 이미지에 갇혀 차갑고 냉소적이게만 느꼈던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초상화도 새삼 달리 보인다. 메디치 가의 여러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던 산티 디 티토(1536∼1603)의 ‘마키아벨리 초상화’는 영리하게 보이는 반짝이는 눈과 외모에서 날카로운 관찰자이며 사색 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엷은 미소가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부드럽게 다가와 긴장감을 해제시키는 듯하다.

마키아벨리는 한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리더에게 ‘운명적인 시대정신이나 행운(포르투나) 못지않게 용기를 통해 성취해야만 하는 탁월함의 품격(비르투스)’을 요구했다. 더불어 리더는 성실하고, 신의가 두텁고, 겉과 속이 같고, 인정미가 넘치고, 신실한 인물로 생각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덕목도 추가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