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 변호사가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검사 시절에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렇게 밉더니만, 변호사 개업을 하고보니 법 안 지키는 사람들이 그렇게 예쁘더라”고. 설마 예쁘기까지 했겠는가마는 법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이중적 태도가 드러나는 한 예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보면서 법의 이성과 논리에 감탄했다. 때로 ‘권력의 시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던 법이 사회 질서의 근간인 ‘최후의 보루’로서 다시 등극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법 문외한인 우리에게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인 헌법과 법치주의의 가치를 새길 수 있게 했던 점도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우리 사회처럼 극심한 정치적 혼란기였던 19세기 프랑스를 날카로운 비판 정신으로 투영해냈던 오노레 도미에(1808∼1879)는 부패한 권력층이나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묘사했고 특히 사법 풍자화가로 명성을 날렸다. 작품 ‘형사 소송’(1865년 경)은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를 풍자한 그림이다. 무슨 죄를 지었을까? 험악한 인상의 피고인이 몸을 숙여 자신의 변호사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변호사는 왼손에 증거자료를 쥐고 있고 그 옆에는 한 묶음 증거물이 놓여있는 것이 승소를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판결이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도미에는 당시 변호사를 프랑스 중산층의 상징으로 권력층이나 부자들이 부와 권력을 안심하고 누릴 수 있도록 봉사하는 데만 몰두했던 점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눈물로써 의뢰인의 무죄를 호소하는 그림 ‘여인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유명한 소송’ ‘잡담하는 세 변호사’ 등도 유명하다.

무명 시인인 부친 대신 생계를 꾸려야했던 도미에는 16세부터 법원 집행관 밑에서 사환으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법률가들을 인상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화가 조각가 석판화가 풍자만화가로도 활동했던 도미에는 4천점의 석판화와 4천점의 삽화를 남겼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작업했고 그로 인해 말년에는 시력을 잃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