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학 벼슬도 양보한 호남 사람
2017년 03월 06일(월) 00:00 가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사람은 본디 두 가지의 큰 욕심을 지니고 살아간다. 재물에 대한 욕심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그것이다. 그 두 가지 욕심은 본능에 가까울 정도여서 인격의 수양과 인성의 도야를 통한 절제가 없다면 그 두 욕심의 함정에 빠져 인간다운 삶을 구현하기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인격과 인성의 수양과 도야를 통해 두 욕심을 제어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야 된다.
조선시대, 영남의 퇴계 이황(1501∼1570)과 호남의 사암 박순(1523∼1589)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퇴계는 학자로서 큰 명성을 남겼고 사암은 시인이자 정치가로서 큰 이름을 세상에 전했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퇴계는 동아시아의 국제적인 학자로 크게 이름을 전하고 있는 반면, 호남 사람 박순은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나 기억할 뿐 일반인들은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더구나 근래에는 영남 세력이 커져서 영남 인물들은 빛을 보지만 여타의 인물들은 크게 현양되지 않아 갈수록 잊혀 가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호남인들은 살기에도 고달파 호남의 옛 인물들을 치켜세울 겨를조차 가질 수 없으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조선시대에 호남에는 퇴계의 친구이자 학문 수준도 퇴계에 버금가던 하서 김인후(1510∼1560)도 있었고, 후배이지만 학술적 경지는 큰 차이가 없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던 고봉 기대승(1527∼1572)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분들의 명성은 퇴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수준에 이르고 말았으니 그 점 또한 안타까운 일의 하나다.
그런저런 일을 곰곰이 따져 보면 호남인이 당하는 푸대접이 생각되어 더러는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많다. 그렇지만 옛날 우리 호남 사람들이 영남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던 존경과 겸양의 정신을 생각해 보면 호남인의 긍지를 느끼면서 큰 자부심을 느끼는 때가 많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박순은 호남의 나주 출생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기묘명현의 한 분인 눌재 박상의 조카이자, 장원급제로 높은 벼슬에 올랐던 육봉 박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박순은 본디는 광주 사람이지만 아버지가 나주로 장가가 나주에 살면서 나주에서 태어났으니 나주 사람이 되었다. 사암은 31세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과거에 장원급제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장원급제했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곧고 바르게 벼슬하던 박순은 권력에 도취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권신 윤원형과 이양을 퇴출시켜 천하에 이름을 떨친 직신이 된다. 46세인 1568년 마침내 온갖 벼슬의 꽂이라는 대제학에 오른다. 이때에 바로 역사적인 일이 벌어진다. 그해 68세이던 퇴계는 대제학의 아래 벼슬인 제학으로 있었는데 대제학에 임명된 박순이 어전에 올라가 임금에게 간곡한 진언을 한 것이다. 학문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르고 연령도 22세나 높은 퇴계는 아래 벼슬에 있고, 박순이 대제학에 자리함은 예의에 맞지 않는다면서 박순은 대제학을 사양하고 퇴계에게 양보하겠다는 청이었다. 마침내 임금은 박순의 겸양의 정신을 받아들여 퇴계에게 대제학 벼슬을 내리고 박순의 임명을 거두게 되었다.
이 어찌 간단한 일이며 쉽게 넘어가고 말 일인가. 미관말직의 벼슬도 서로 먼저 오르려 싸우고, 한 번 권력에 오르면 영원히 붙들려고 버티는 것이 사람의 욕심인데 대제학이라는 그런 어마어마한 벼슬에 임명되고도 그것을 선배에게 양보하는 아량과 겸양의 정신을 발휘했으니 그게 어디 보통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퇴계는 대제학에 임명되어 대제학에 오른 경력만 인정받고 곧바로 사임하여 다시 대제학은 사암에게 돌아갔지만, 대제학을 양보한 사암의 고결한 뜻은 천추에 빛날 위업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인격으로 인해 사암은 임금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고 온 국민의 추앙을 받게 되어 벼슬이 승승장구로 오르며, 시인의 명성에 뛰어난 재상의 인망까지 겹쳐져 모두의 멘토가 되었다.
대제학·이조판서 등의 벼슬을 거친 뒤 우의정·좌의정·영의정의 재상으로 14년을 지내다 은퇴하였다. 재물과 권력이라는 욕심을 제어하여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오른 박순, 그는 자비존인(自卑尊人) 즉 자신은 낮추고 남을 높여야만 자신이 높아진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호남 사람은 영남인을 높여 주었다. 훌륭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대접받는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
조선시대에 호남에는 퇴계의 친구이자 학문 수준도 퇴계에 버금가던 하서 김인후(1510∼1560)도 있었고, 후배이지만 학술적 경지는 큰 차이가 없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던 고봉 기대승(1527∼1572)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분들의 명성은 퇴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수준에 이르고 말았으니 그 점 또한 안타까운 일의 하나다.
곧고 바르게 벼슬하던 박순은 권력에 도취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권신 윤원형과 이양을 퇴출시켜 천하에 이름을 떨친 직신이 된다. 46세인 1568년 마침내 온갖 벼슬의 꽂이라는 대제학에 오른다. 이때에 바로 역사적인 일이 벌어진다. 그해 68세이던 퇴계는 대제학의 아래 벼슬인 제학으로 있었는데 대제학에 임명된 박순이 어전에 올라가 임금에게 간곡한 진언을 한 것이다. 학문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르고 연령도 22세나 높은 퇴계는 아래 벼슬에 있고, 박순이 대제학에 자리함은 예의에 맞지 않는다면서 박순은 대제학을 사양하고 퇴계에게 양보하겠다는 청이었다. 마침내 임금은 박순의 겸양의 정신을 받아들여 퇴계에게 대제학 벼슬을 내리고 박순의 임명을 거두게 되었다.
이 어찌 간단한 일이며 쉽게 넘어가고 말 일인가. 미관말직의 벼슬도 서로 먼저 오르려 싸우고, 한 번 권력에 오르면 영원히 붙들려고 버티는 것이 사람의 욕심인데 대제학이라는 그런 어마어마한 벼슬에 임명되고도 그것을 선배에게 양보하는 아량과 겸양의 정신을 발휘했으니 그게 어디 보통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퇴계는 대제학에 임명되어 대제학에 오른 경력만 인정받고 곧바로 사임하여 다시 대제학은 사암에게 돌아갔지만, 대제학을 양보한 사암의 고결한 뜻은 천추에 빛날 위업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인격으로 인해 사암은 임금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고 온 국민의 추앙을 받게 되어 벼슬이 승승장구로 오르며, 시인의 명성에 뛰어난 재상의 인망까지 겹쳐져 모두의 멘토가 되었다.
대제학·이조판서 등의 벼슬을 거친 뒤 우의정·좌의정·영의정의 재상으로 14년을 지내다 은퇴하였다. 재물과 권력이라는 욕심을 제어하여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오른 박순, 그는 자비존인(自卑尊人) 즉 자신은 낮추고 남을 높여야만 자신이 높아진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호남 사람은 영남인을 높여 주었다. 훌륭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대접받는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