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프랑스 파리 혁명 시기에 ‘민중의 친구’라는 신문을 발간하며 혁명을 선동하다 자신의 욕실에서 암살당한 장 폴 마라(1743∼1793)를 그린다. 미술사학자 샤이먼 샤마(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파워 오브 아트’에서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1793년 작)은 ‘거대한 거짓의 역사 한 편’이라고 잘라 말한다.

과학자이자 의사, 열기구 연구가이기도 했던 마라는 1789년 혁명이 일어나자 왕당파 뿐 아니라 같은 공화주의자 중에서도 급진적이지 않은 사람은 모두 배신자로 몰았고 단두대에 설 처형자들의 명단을 늘려 나간 인물. 온건한 혁명주의자였던 시골 처녀 샬롯 코르테(1768∼1793)는 마라를 ‘고귀한 공화국의 자유를 짓밟은 악한’으로 여겨 암살을 감행한다.

고질적인 피부 건선을 앓았던 마라는 더위가 심해지면 식초에 적신 붕대를 이마에 감고 탕에 들어가 긴 나무 상자를 책상 삼아 업무를 보곤 했다. “공화국의 적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하려 한다며 마라를 만난 샬롯은 품안의 칼을 꺼내 마라의 쇄골을 찔렀다.

마라의 암살 소식을 들은 다비드는 작품 ‘마라의 죽음’을 통해 슬픔을 위로하고 혁명의 수난을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그림 속 마라의 손에 쥐어진 샬롯의 편지는 “자선을 베풀어 달라”는 내용으로 바뀌어 묘사됐고, 마라는 배신자들의 사냥에 혈안이 되어 이들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인물에서 ‘혁명의 순교자’로 미화된다.

앵그르와 더불어 대표적인 신고전주의 화가로 꼽히는 다비드는 그 자신 스스로가 권력에 기댄 정치적인 화가였다. 급진적인 혁명당권이었던 자코뱅당파였고 자코뱅당을 이끌었던 로베스 피에르가 실각하자 발빠르게 나폴레옹을 열렬히 추종하면서 정치선전물인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을 그렸다. 나폴레옹 몰락 후 벨기에 브뤼셀로 망명했고, 작품 ‘마라의 죽음’도 함께 프랑스에서 추방되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