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자신의 시대를 초월하는 사람이지만,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시대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때는 현모양처의 상징이었다가 현대에 와서는 워킹맘으로서, 천재예술가로서 재해석되고 있는 신사임당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의 시대를 초월한 사람이다. 오백년을 건너서도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형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드라마 ‘사임당’을 두고 매체들에서는 기대 이하 호응도로 시청률 부진을 염려하지만, 내겐 본방사수를 다짐하게 할 만큼 애착이 크다. 사대부 지식인들로부터 조선왕조 최고의 산수화가로 꼽히는 안견 다음 가는 화가라는 평가와 유교 경전의 깊은 소양, 자녀교육과 집안일도 살뜰히 챙겼던 사임당. 그녀의 활약을 부러워하며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수·목 이틀 밤이 기다려진다.

신사임당(1504∼1551)은 시서화에 뛰어났는데, 산수화, 노안, 포도 그림에 능했으며 특히 초충도로 유명했다. 조선시대의 모든 초충도는 사임당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독보적이었고 화폭이 지닌 고상한 품격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방했다고 한다.

수박을 갉아먹고 있는 생쥐들의 모습을 귀엽게 그린 ‘초충도’(수박과 생쥐)는 재미있는 주제의 포착, 수박씨의 유머러스하고 정감 넘치는 묘사, 패랭이꽃과 나비의 아름다운 색채 감각이 돋보인다. 나풀거리는 수박의 큼직한 이파리에도 생기가 넘치고, 이러한 광경을 숨죽이며 사생했을 사임당의 고운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미술사학자 안휘준은 저서 ‘한국미술의 역사’에서 “사임당의 그림은 유교적 미의식의 확립으로 과장과 허세를 피하고 진솔하고 소박한 조선 초기 회화의 특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단순한 주제, 간결한 구도, 섬세하고 여성적인 표현, 산뜻하면서도 한국적 품위를 지닌 사임당의 초충도는 아들 율곡에게도 남편 이원수에게도 자랑거리였다. 능력있는 아내에게 기를 펴지 못했던 남편 이원수도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아내의 그림을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했다고 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