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종종 완벽하리만치 아름다운 여성에게 하는 최고의 찬사로 ‘여신 같다’고 표현할 때 그 ‘여신’은 아마도 미의 여신인 ‘비너스’를 의미할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미의 규준이 될 만한 여배우에게도 굳이 여신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비너스가 아름다운 여성의 대명사이거나 이상상(理想象)이기 때문인 것 같다.

미술사에서 비너스의 원형은 기원전 3만 년 전인 구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여인상만 해도 예쁘다 하기 보다는 풍만한 가슴과 배가 과장되어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다. 미의 절대적인 기준으로서 아름다운 비너스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스 이후이며, 아름답고 관능적인 비너스의 모습은 르네상스 회화 속에서 등장하기 시작한다. 얼마 전, 패러디되어 논란이 되었던 작품의 원작인 마네의 ‘올랭피아’도, 마네가 영향을 받았던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도 모두 비너스 회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들이다.

티치아노(1488∼1576)의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1538년 작)는 우르비노의 공작 귀두발도 델라 로베레 2세가 의뢰한 것으로 어깨 위로 긴 머리카락이 우아하게 흘러내리는 관능적인 모습에서 앞선 세대의 그림인 조르지오네의 ‘잠자는 비너스’와 비견된다. 황혼의 부드러운 빛은 여주인의 옷을 찾는 듯 보이는 두 시녀와 시트 위 강아지를 밝게 비추고 있다. 당시 티치아노의 예술적 기법은 그 누구도 능가할 수 없을 정도라는 찬사를 받았는데 특히 육체의 아름다움과 관능미의 기준이 되어 후세의 대가들로 즐겨 모방했다. 지난해 사망했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저서 ‘미의 역사’에서 옷을 입은 비너스와 옷을 벗은 비너스를 연대적으로 비교하면서 현대적 비너스로 마릴린 먼로를 명단에 올려놓았다. 아름다움이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한다는 에코의 주장에 따르자면 이 시대엔 또 누가 추가될 수 있을까 점쳐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