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길목에서 작은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고양이는 지난밤 내렸던 눈이 꽁꽁 얼어붙은 길 위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추위와 맞서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늘 가방 속에 챙겨다니던 사료를 꺼내주고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10년 전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존재는 나에게 친구,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레 주인 없이 밖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고양이에게로 번졌고, 늘 측은한 마음에 가끔 사료를 챙겨주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봄,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택 계단 밑에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며 어떻게 조치해야할지 물어왔다. 어미가 잠시 먹이를 구하러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일단은 잠시 지켜보자고 답변했다. 당시 나는 타지에 있었기에 3일 후 직접 보러가겠다고 했다. 그 사이 어미가 간간이 오가며 새끼들을 돌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광주에 도착하기 직전 새끼고양이들이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듣게 됐다. 그 일 이후 나는 ‘지켜주지 못했다’라는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 길로 광주동물보호소로 발길을 옮겼다. 그 아기 고양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유기동물들을 마주하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버려지고 상처받은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모여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열악한 환경이기에 질병에 취약한 보호소 내 동물들은 생면부지의 이들에게도 서슴없이 다가와 얼굴을 비비기도 한다. 오늘이 마지막 손길일지도 모른다는 것처럼.

작은 계기로 시작된 유기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은 나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동물보호소 일손 부족문제를 알게 됐고, 학교에서 유기동물보호소 봉사동아리를 만들게 됐다. 지금은 교내 정식 중앙동아리 인준 과정에 있다. 회원들과 매달 주기적인 봉사활동을 비롯한 겨울철 길고양이를 위한 집을 설치하는 일을 같이하고 있다. 내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아리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일은 다친 고양이를 위한 치료비 모금활동이었다. 지난해 가을 길고양이 한 마리가 골절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SN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려 모금운동을 하게 됐다. 그리고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50여 만 원이 모였다. 덕분에 고양이는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좋은 사람에게 입양됐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고양이가 다쳤다는 소식에 기꺼이 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보다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곳곳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됐다. 과거에는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팻팸족’ 내지 ‘캣맘’에 불과했으나, 이를 계기로 동물복지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됐다.

세상에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오늘날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에는 아직도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한국의 동물복지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강아지 공장’은 물론, 각종 동물학대와 이웃주민의 반려 동물을 잡아먹은 사건까지 국내 반려동물에 대한 윤리의식과 제도는 취약한 상황이다.

국내 반려동물 가구 비율은 약 22% 수준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동물을 그저 가축 또는 물건 정도로 취급하면서 동물보호법이 존재함에도 처벌수위도 지나치게 낮은 실정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앞으로 반려 동물의 가구 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막을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의 의식 부재가 더해져 휴가철, 연휴 때마다 서슴없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이 땅을 사는 우리에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이자 인간이 짊어지고 가야할 또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개선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