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코(Rococo)는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생겨난 예술형식으로 귀족과 부르주아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 시대인 17세기 바로크(Baroque)가 절대 군주의 화려한 궁전에서 펼쳐져 호방하고 역동적이면서 남성적 양식을 과시한다면, 로코코는 새 시대의 사교적인 살롱의 등장과 함께 그 곳을 누볐던 귀족 부인들의 섬세하고 장식적인 여성 취향을 대변한다.

서양미술사에서는 이러한 로코코시대를 열었던 숨은 실력자로 루이 15세의 애첩이자 당시 살롱 문화를 주도했던 마담 퐁파두르(1721∼1764)를 주목한다. 20여 년 간 루이 15세의 곁에서 권력을 나눴던 퐁파두르 부인은 이로 인해 루이 15세가 국고를 낭비했다는 비난도 함께 받았고, 당시 건축가 조각가 장식예술가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한 덕분에 프랑스 문화와 예술이 융성했다는 평가도 공존했다.

프랑스 왕실의 초상화가였던 모리스 캉탱 드 라투르(1704∼1788)가 파스텔로 그린 ‘마담 퐁파두르의 초상화’(1755년 작)는 악보를 손에 들고 단아하게 미소 짓고 있는 모습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인을 상상하게 한다. 문학과 예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퐁파두르 부인은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기도 해 라투르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위베르 드루에, 프랑스와 부셰 등 당대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모델이 되었다. 여러 화가들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퐁파두르 부인은 대부분 책이나 악보 등을 들고 있는데, 라투르의 작품에는 책상 위에 놓인 여러 권의 백과사전으로 한눈에도 화폭 속 주인공의 지적 취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도 매우 현명하고 지적이었던 퐁파두르 부인은 그녀의 살롱에 자주 찾아왔던 볼테르와 디드로 등 철학자들이 백과사전을 만들도록 적극 후원하기도 해서 ‘백과전서파’를 풍요롭게 했다.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문화융성’과 다르게 퐁파두르 부인의 지적 사교가 일조한 당시의 문화융성은 작품 속 배경으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