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호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싱글족과 N포세대 그리고 힐링 코드
2016년 12월 12일(월) 00:00 가가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을 보여 주는 ‘나 혼자 산다’를 필두로 혼자서 술을 즐기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혼술남녀’ 그리고 혼자 사는 남성 스타의 생활을 조명하면서 관찰자로 그들의 엄마를 내세운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가 요즘 인기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연예인들이 그냥 혼자 사는 것을 보는 것이 왜 재미가 있을까? 아마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혼자 살면서 저런 것이 불편했는데...’,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는데...’ 등등 공감과 대리만족으로 만들어진 6% 시청률이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만 해도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9.0%에 불과했으나 2010년 23.9%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27.2%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소포장·반조리 등 주로 간편식 선호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싱글족을 위한 심부름 서비스, 세탁·청소 대행 서비스, 안전·보안 서비스 등도 등장했다. 테이블 사이에 칸막이를 친 음식점도 있으며, 아예 1인 주점도 있다. 1인용 소형 가전, 1인용 가구도 있다. 규모별 아파트 가격 변동률 부문에서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3.85%로 모든 주택 규모 중 몸값이 가장 높았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편의점 이용 금액 증가율은 대형마트를 앞질렀다.
공연업계는 여가를 즐기는 싱글들에게 공연 할인 혜택을 주고, 여행업계는 혼자 떠나기 좋은 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는 만큼 잠재력도 크며, 관련 시장 규모가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1인 가구의 대세가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은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루는 청년층’으로 정의되는 삼포 세대와 강하게 교차된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 원인은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 이혼 및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그리고 고령화라고 한다. 최근에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그에 적응하는 일본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사토리 세대’(달관한 것처럼 욕망이 없는 세대)가 등장했다. 사토리 세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현실성’과 ‘합리성’을 들고 있지만 이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일본의 장기 불황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힐링’(healing) 코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1인 가구의 증가가 힐링 코드와 직접적인 상관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3포 세대와 힐링 코드는 직관적으로 보아도 관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힐링이 각광받고 있는 건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빈부 격차와 실업 문제, 부와 복지의 비이상적 분배에 따른 세대 간 및 계층 간 갈등도 사람들이 더욱 힐링을 갈망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수준은 자꾸만 높아지는 실패에 대해 용인하고 재도전을 격려해 주는 문화도 확립돼 있지 않다.
웰빙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개념인 데 비해 힐링은 상처받은 현재의 심리 상태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과거지향적이고 회귀적인 특성이 강하다. 한국 사회에서 웰빙의 자리를 힐링이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하위 욕구(예:안전에 대한 욕구)들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힐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넓다. 힐링의 접근 방법은 ‘동병상련’의 태도가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만약 이게 나의 문제라면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나 힐링은 그 자체로서는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더 나은 미래, 즉 웰빙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변화의 일상화 한가운데 서 있는 오늘날의 우리는 아프다. 오포 세대는 삼포에 더해 인간관계와 집을 추가로 포기한 세대, 그리고 칠포 세대는 오포 세대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라고 한다. 꿈과 희망이 포기된 사회는 더 이상 기댈 게 없는 사회이다. 우리는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는 지도자가 아닌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 주는 지도자를 원하며, 힐링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웰빙사회에서 살고 싶다.
연예인들이 그냥 혼자 사는 것을 보는 것이 왜 재미가 있을까? 아마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혼자 살면서 저런 것이 불편했는데...’,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는데...’ 등등 공감과 대리만족으로 만들어진 6% 시청률이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만 해도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 중 9.0%에 불과했으나 2010년 23.9%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27.2%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힐링’(healing) 코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1인 가구의 증가가 힐링 코드와 직접적인 상관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3포 세대와 힐링 코드는 직관적으로 보아도 관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힐링이 각광받고 있는 건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빈부 격차와 실업 문제, 부와 복지의 비이상적 분배에 따른 세대 간 및 계층 간 갈등도 사람들이 더욱 힐링을 갈망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수준은 자꾸만 높아지는 실패에 대해 용인하고 재도전을 격려해 주는 문화도 확립돼 있지 않다.
웰빙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개념인 데 비해 힐링은 상처받은 현재의 심리 상태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과거지향적이고 회귀적인 특성이 강하다. 한국 사회에서 웰빙의 자리를 힐링이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하위 욕구(예:안전에 대한 욕구)들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힐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넓다. 힐링의 접근 방법은 ‘동병상련’의 태도가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만약 이게 나의 문제라면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나 힐링은 그 자체로서는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더 나은 미래, 즉 웰빙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변화의 일상화 한가운데 서 있는 오늘날의 우리는 아프다. 오포 세대는 삼포에 더해 인간관계와 집을 추가로 포기한 세대, 그리고 칠포 세대는 오포 세대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라고 한다. 꿈과 희망이 포기된 사회는 더 이상 기댈 게 없는 사회이다. 우리는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는 지도자가 아닌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 주는 지도자를 원하며, 힐링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웰빙사회에서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