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놀음에 헤매는 문화전당
2016년 11월 30일(수) 00:00 가가
윤 영 기
문화미디어부장
문화미디어부장
“개관 1주년 특수를 누려도 시원찮을 판에 정부가 이번에도 도와주질 않으니….” 지난 25일 개관 1주년 행사를 앞두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만난 한 직원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야외 축제와 새 전시를 마련하는 등 관람객 맞이를 준비 했는데, 분위기가 영 아니라는 말이었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쓰나미’ 때문에 문화전당 개관 1주년이 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촛불집회가 문화전당 입구 5·18 광장에서 열리지만 아쉽게도 시민들의 발길은 문화전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를 원망하자면 문화전당 개관 일자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비엔날레나 디자인비엔날레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9·10월을 마다하고 굳이 겨울로 접어드는 11월25일로 개관 일자를 잡은 것도 박근혜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 개관 콘텐츠(전시·공연 등 프로그램) 구축에 차질이 빚어진 탓도 있지만 VIP 참석 일정을 잡지 못해 미루고 미루다 잡은 날짜가 이날이다. 문화공간으로서 성수기인 행락철을 벗어나 겨울로 접어드는 날에 개관 행사를 치르게 된 이유다.
애초에 광주 시민들이 ‘문화 융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정부에 기대를 건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문화전당과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는 순진했다. 정치적 대척점에 있던 전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은 삭제 대상이라는 평범한 정치 생리를 몰랐던 것이다.
정부는 시종일관 국책사업으로 건립한 문화전당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방치했다. 지난 2015년 1월 광주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인시장을 찾았지만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문화전당을 외면했다. 정부 문화정책의 결실이자 현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을 대표하는 아이콘임에도 말이다.
급기야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국무회의에서 문화전당을 직접 공격하기까지 했다. “매년 800억 원 이상 운영비를 지원하는 문화전당 같이 자신들이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빅딜해서 통과키면서…” 이 말은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문화전당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돼 정부 지원이 절실한 문화전당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낳았다. ‘바람보다 빨리 눕는’ 정부 관료들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조직 축소, 정부가 사실상 문화전당에서 손을 떼는 법인화 시도, 문화전당 운영 인력 축소 등으로 권좌에 앉은 이의 말씀에 화답했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맘만 먹으면 장·차관을 심을 수 있었던 최순실·차은택 라인도 무려 1년여 동안 공석이었던 문화전당장에는 손길을 뻗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문화전당의 한 간부는 “서글픈 일이지만 ‘최순실·차은택’이 전당의 수장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이 문화전당의 현실이고 본질”이라고 푸념했다. 문화전당이 정부가 챙기는 ‘영양가 있는’ 기관이었다면 그대로 두었겠느냐는 뼈 있는 소리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려온 신임 관료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다. “MB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전당은 노무현 정부의 치적 사업으로 낙인찍혀 있다. 광주에서 시끄럽게 하면 될 사업도 안 된다.” 실제 두 정권을 거치면서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과 문화전당은 수난을 거듭 겪어야 했다.
MB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는 문화전당 건립을 포함한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의 컨트롤 타워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했다가 지역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없던 일로 했다. 한나라당도 국책사업인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국책사업에서 ‘광주 사업’으로 격하시킨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거둬들인 바 있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화전당이 수난을 겪다 보니 노무현 정부에 새삼 고마워해야 할 정도다. 문화전당 건립을 축으로 한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회계를 두어 정부의 의무적 예산 지원을 명시해 뒀기 때문이다. 법적인 틀 없는 문화부의 자체 사업이었다면 문화전당은 진즉 흐지부지됐을 것이다.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문화전당과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은 당리당략이나 정치공학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광주의 현안이자 호남의 미래를 결정하는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도 계승·발전시켜야할 당위와 대의명분이 뚜렷한 사업이다. 정부는 때늦었지만 진정성을 갖고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그게 박근혜 정부의 문화 융성 정책을 선의로 반겼던 광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애초에 광주 시민들이 ‘문화 융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정부에 기대를 건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문화전당과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는 순진했다. 정치적 대척점에 있던 전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은 삭제 대상이라는 평범한 정치 생리를 몰랐던 것이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맘만 먹으면 장·차관을 심을 수 있었던 최순실·차은택 라인도 무려 1년여 동안 공석이었던 문화전당장에는 손길을 뻗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문화전당의 한 간부는 “서글픈 일이지만 ‘최순실·차은택’이 전당의 수장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이 문화전당의 현실이고 본질”이라고 푸념했다. 문화전당이 정부가 챙기는 ‘영양가 있는’ 기관이었다면 그대로 두었겠느냐는 뼈 있는 소리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려온 신임 관료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다. “MB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전당은 노무현 정부의 치적 사업으로 낙인찍혀 있다. 광주에서 시끄럽게 하면 될 사업도 안 된다.” 실제 두 정권을 거치면서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과 문화전당은 수난을 거듭 겪어야 했다.
MB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는 문화전당 건립을 포함한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의 컨트롤 타워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했다가 지역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없던 일로 했다. 한나라당도 국책사업인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국책사업에서 ‘광주 사업’으로 격하시킨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거둬들인 바 있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화전당이 수난을 겪다 보니 노무현 정부에 새삼 고마워해야 할 정도다. 문화전당 건립을 축으로 한 광주문화수도 조성 사업의 지속 추진을 위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회계를 두어 정부의 의무적 예산 지원을 명시해 뒀기 때문이다. 법적인 틀 없는 문화부의 자체 사업이었다면 문화전당은 진즉 흐지부지됐을 것이다.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문화전당과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은 당리당략이나 정치공학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광주의 현안이자 호남의 미래를 결정하는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도 계승·발전시켜야할 당위와 대의명분이 뚜렷한 사업이다. 정부는 때늦었지만 진정성을 갖고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그게 박근혜 정부의 문화 융성 정책을 선의로 반겼던 광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