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공교롭게도 또 만취상태입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울분에 음주를 한 것이 아닙니다. 올해 결혼한 선배의 신혼집에서 한잔 딱! 기울이고 왔지요. 어쩌다보니 11월임에도 불구하고 송년회의 느낌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나라의 큰 우환거리에서부터 이야기의 물꼬를 텄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연도는 인터넷 신조어로 ‘닉값’ 그러니까 ‘이름값’ 한다며 다들 웃었습니다. 덕분에 각자 올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제목에서 얼추 직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작게는 ‘올해를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한 것이며 크게는 ‘아주 사사로운’ 이야기입니다. 자 흔하디 흔한 대한민국 27세 남성이 병신년(丙申年)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아무도 궁금해 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렇듯 저라고 뭐 별다를 것이 있겠습니까? 그냥저냥 살았지요. 다만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저로서는 1월1일부터 9월4일까지는 연신 “누구나 공평하게 한방! 죽창! 죽창이 필요하다!”를 외쳤습니다. 이는 “기성세대와 자본주의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실은 절망하고 있는 나를 다잡기 위한 최대한의 멘탈 관리일 뿐이었으며 진짜 ‘어른’들 앞에서는 소리 내어 말하지도 않았고 “주말만 와라”며 하루하루 일하며 살았습니다. 9월 5일 저녁이었습니다. 2주 동안 연락도 없었으며 대놓고 눈앞에서 저를 피해다녔던 애인이 술에 취해 울면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이때 저는 연락 없던 그녀에게 맞불작전을 펼치듯 저도 연락하지 않았었습니다. 3년을 사귄 우리가 ‘마침내 만남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구나.’ 촉이 왔습니다.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업무 차 은행에 갔던 저에게 다시 그녀가 울면서 전화를 해왔습니다. “오빠 다시 잡으려고 출근하는 길에서 기다렸는데 안 와서 전화했어. 만나자 어디야?” 그녀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9월6일 새벽에 올라온 저의 칼럼(청춘보고서:제 절망을 소개합니다)을 보고 다시 잡을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 가을 전어 같은 저의 글쓰기에 떠났던 애인이 돌아오겠다고 하다니. 엄청나지 않습니까? 하지만 결국 이틀 뒤에 우리는 한 달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잠정적 이별이었습니다. 제가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요리도 보고 조리도 보고 씹고 뜯고 맛봤습니다. 나는 왜 차였을까? 왜 이 글을 보고 다시 돌아온다 했을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절망도 전염이 된다고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을지도 모르지요. 제 글을 보고 갱생의 여지를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보고 있니? 한 달 뒤에 답을 주기로 했었지 않니? 벌써 두 달이 지났어. 내가 직접 전화를 하든 찾아가든 해도 되지만 나는 소심하기도 하고 혹여나 너의 다리를 붙잡고 애걸복걸할까봐 그러지를 못하겠어. 나는 요새 자기합리화를 위한 노래를 찾아 듣고 있어. 예를 들면 너도 잘 알고 있는 내 비장의 18번인 슈퍼키드의 ‘어쩌라고’ 라든가 복면가왕에 나왔던 하면된다 백수탈출의 ‘녹턴’ 같은 노래들 말이야. 요즘 내가 밀고 있는 유행어는 “준성이 착해요. 엉엉. 이젠 착한 거 밖에 없어요”란다. 친애하는 독자여러분 이제 2016년도 얼추 한 달 남았습니다. 여러분도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닉값’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청춘이 뭐 별거 인가요? 참으로 오랜만에 살아있는 느낌이 드네요. 이번 병신년(丙申年)이 지나면 12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닉값’이 끽해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미 1등은 정해져 있는 걸요. 깔깔.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