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 시·군 중에서 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지자체는 어디일까? 물론 개인의 선호도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완도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잘 사니까.

주민 대부분이 양식업이나 관광산업에 종사해 개인 실질 소득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특산물인 전복 관련 산업 총생산액이 5000억 원이나 되며, 광어·해조류 생산액 2000억 원을 포함해 양식 산업 총생산액이 최소 7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관광자원도 풍부해 타 시도민에 비해 주민들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편이다.

특히 양식업의 전망이 좋아 귀어(귀향) 인구도 꾸준한 탓에 인구 감소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전통 인프라 산업이 강하다 보니 새로운 분야에 대해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전복 연구소와 해조류 연구소, 해양 생물연구센터, 해양바이오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이 4개나 되는 까닭이다.

순천과 여수 역시 산업단지는 기본이고 순천만이나 여수밤바다 등 빼어난 해양 관광자원으로 타 지자체의 시샘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차별화된 전통 인프라산업(토종 특산물)이나 관광 자원을 갖지 못한 여타 ‘흙수저’ 시·군들의 살아남기는 버겁기만 하다. 인구는 매년 줄고, 그나마 남은 노동력도 고령화가 심한 데다 예산 확보도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최근 몇 년 새 전남 지역 시·군들이 지역성(역사·전통문화)을 토대로 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스토리텔링을 사업으로 연계하는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장성의 ‘옐로우시티’(yellow city) 사업은 민선 6기 들어 전국에서 유례없는 컬러 마케팅으로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사례다.

장성이 옐로우시티가 된 사연을 들어 보면 사실 아전인수를 넘어 억지(?)에 가깝다. 황룡강의 상징(황룡이 살았다는 전설)에서 힌트를 얻어 군 지역에 365일 노란색 꽃이 피는 환경을 조성한 것. 아이디어가 관광 활성화로 이어진 사례로, 올 상반기에만 523명이 귀농했다.

담양은 삼인산에서 이성계가 하늘에 제를 올린 뒤 왕이 됐다는 내용을 스토리텔링하는 등 산과 호수에서 유래한 설화를 묶어 관광자원화했다. 또한 기존 대나무 박람회를 국제 박람회로 키워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 보성도 제암산 임금바위에 소원을 빌면 자손이 번성한다는 설화를 이용해 제암산 자연휴양림을 포함 보성 차밭, 태백산맥문학관 등을 잇는 관광 코스로 재미를 보고 있다.

영광은 자연 풍경을 상품화했다. 백수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절경에 붉은 노을을 더해 ‘노을 관광 1번지’가 됐다. 바다 석양길에 해당화 꽃길, 해수온천랜드 등을 곁들여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화순은 민선 6기 들어 화순 적벽 버스투어를 운영해 외지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으며, 나주는 목사골이라는 역사적 전통성을 살려 서울 북촌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 같은 읍성권 전통 한옥마을 조성에 나섰다.

강진군은 군민들의 실질적인 소득 창출을 위해 과감히 레저 시설을 유치했다. 가우도 정상에 청자타워를 세우고, 여기에 전국 최장의 해상 하강 체험시설인 짚트랙을 설치한 것이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어려운 경제 및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멸의 위기에 처한 군 단위 지자체는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있다”면서 “이제 행정이 단순 서비스를 벗어나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의 주머니를 불릴 수 있는 돈 버는 행정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업들이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특히 일부 시·군의 사업들은 예산 대비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선거용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는 곳도 더러 있다.

애초 물려받은 산업 인프라나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전쟁에 가깝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나 있는 붉은 노을을 관광상품에 끼워 팔고, 온 마을을 노랗게 물들여 관광지로 만든 아이디어 번뜩이는 사업들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시골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산물 판매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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