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부끄러움
2016년 11월 15일(화) 00:00 가가
[황소미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내겐 작은 취미가 하나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모든 의욕을 잃고, 더 이상 무엇인가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면 무작정 근처 버스정류장이나 터미널, 공항 같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 방문해 그 흐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오는 것이다.
물론 관음이나 관찰과 같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 나타나는 거대한 흐름과 거기서 나오는 활력, 그리고 박동하는 생명력 같은 것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특히 아주 이른 새벽에 종종 이런 장소들을 방문하곤 한다. 모두가 잠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에도 그곳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보면서 엉킨 생각들을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일상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잠시 공항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비행기가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고, 문득 내가 좋아하는 여느 순간처럼 오랜만에 가진 여유 속에서 거대한 사람들의 흐름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찬찬히,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던 마중과 배웅,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던 기쁨과 슬픔의 얼굴들을 바라보다 문득 청춘이란 공항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잘 알지 못하거나, 혹은 잘 아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고, 떠나보내며 나는 홀로 그들을 기억 속에 묻는 장소. 오래 머무는 사람은 없고 저마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만 있는 ‘공항’ 같은 게 바로 청춘 아닐까 하고….
사람들은 청춘, 특히 20대를 이르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 칭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 시기가 자신에게 남겨진 일생에서 다시는 맞이하지 못할 순간, 가장 소리없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버린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청춘을 의미 없이 떠나보내지 않으려는 어떤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한다. ‘다른 이들 모두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간다. 마치 공항 의자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시계를 봤을 때 탑승시간이 가까워져있는 것처럼. 딱히 스스로 어떤 행동(그것이 사소하든 특별하든)을 취하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은 다가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시기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이고, 굳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은 저절로 흐르며, 남들과 다르게 행동해 스스로 의미를 남길 수 있을망정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주체가 본인임을 알고 있지만 종종 이를 망각한다. 선택의 주체는 자신임에도 자꾸만 다수의 타인을 바라보고, 그들에 기준을 두며, 그들을 모방해 선택을 실천한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렇지 않은 다수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에 있어 괜한 불편함을 주는 그들을 의도적으로 망각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대중과 함께 침묵하고, 무관심하며, 체념한다. 대다수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고, 가만히, 적당히, 조용히 있다 보면 시간은 언제나 그래왔듯 저절로 흘러갈 테니까. 그러다 보면 어딘가, 딱히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지니지 않은 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최근 대한민국 국민으로, 더 나아가 청춘의 한 사람으로 ‘푸르다’는 의미 담은 글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울 만큼 많은 일들이 터져 나와 우리 사회를 연이어 푸른 빛깔로 멍들이고 있다. 이제는 도저히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며 일어나려는 청춘들에게 누군가는 여전히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마치 그때처럼. 가만히, 적당히, 조용히 있다 보면 모든 일들은 저절로 해결 될 것이라고. 그러니 괜히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눈에 띄는 행동들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너만 청춘이 아니라 자신도 겪어봤고 가만히 있어도 목적지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진실로 그런가? 가만히 있으란 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누군가가 한 그 모든 말들이 사실일 수도 있다. 청춘이란 머무를 수 없고 그저 스쳐지나만 가는 거대한 흐름이며, 우리는 그것에 순응하여 언젠가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만 하는 여행객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적어도 청춘이라는 공항을 떠나 자신만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자신과 다른 행동을 택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비행기에서 내린 자신의 발뒤꿈치 언저리 어딘가 만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스스로를 창피해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관음이나 관찰과 같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 나타나는 거대한 흐름과 거기서 나오는 활력, 그리고 박동하는 생명력 같은 것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특히 아주 이른 새벽에 종종 이런 장소들을 방문하곤 한다. 모두가 잠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에도 그곳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보면서 엉킨 생각들을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일상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간다. 마치 공항 의자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시계를 봤을 때 탑승시간이 가까워져있는 것처럼. 딱히 스스로 어떤 행동(그것이 사소하든 특별하든)을 취하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은 다가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시기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이고, 굳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은 저절로 흐르며, 남들과 다르게 행동해 스스로 의미를 남길 수 있을망정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의 주체가 본인임을 알고 있지만 종종 이를 망각한다. 선택의 주체는 자신임에도 자꾸만 다수의 타인을 바라보고, 그들에 기준을 두며, 그들을 모방해 선택을 실천한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렇지 않은 다수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에 있어 괜한 불편함을 주는 그들을 의도적으로 망각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대중과 함께 침묵하고, 무관심하며, 체념한다. 대다수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고, 가만히, 적당히, 조용히 있다 보면 시간은 언제나 그래왔듯 저절로 흘러갈 테니까. 그러다 보면 어딘가, 딱히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지니지 않은 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최근 대한민국 국민으로, 더 나아가 청춘의 한 사람으로 ‘푸르다’는 의미 담은 글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울 만큼 많은 일들이 터져 나와 우리 사회를 연이어 푸른 빛깔로 멍들이고 있다. 이제는 도저히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며 일어나려는 청춘들에게 누군가는 여전히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마치 그때처럼. 가만히, 적당히, 조용히 있다 보면 모든 일들은 저절로 해결 될 것이라고. 그러니 괜히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눈에 띄는 행동들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너만 청춘이 아니라 자신도 겪어봤고 가만히 있어도 목적지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진실로 그런가? 가만히 있으란 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누군가가 한 그 모든 말들이 사실일 수도 있다. 청춘이란 머무를 수 없고 그저 스쳐지나만 가는 거대한 흐름이며, 우리는 그것에 순응하여 언젠가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만 하는 여행객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적어도 청춘이라는 공항을 떠나 자신만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자신과 다른 행동을 택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비행기에서 내린 자신의 발뒤꿈치 언저리 어딘가 만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스스로를 창피해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