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수선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청년들이 느낄 허탈감이 더 걱정스럽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는 열심히 해도 잘살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노력을 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누가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겠는가.

최근 ‘순실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한 분노와 허탈감 등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허탈감은 생각보다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될 것이니 노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미 다수의 청년들이 이런 허탈감 및 무기력증을 호소하고 있다. 밤잠을 줄여가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준비를 병행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는데, 최순실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행동 자체가 부질없다고 느껴지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받는 최순실의 딸은 출석하지 않아도 학점을 받고, 한 사람만을 위한 승마대회가 열리고, 헬스트레이너는 특채로 공무원이 되는 이 현실을 말이다. 영화로 만든다 해도 너무 비현실적인 탓에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다.

돈과 권력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은 계속 걱정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만약 10억 원이 생긴다면 법을 어기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에 고등학생 56%는 ‘괜찮다’라고 답변했었다. 그뿐 아니다. 또 다른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질문에 청소년 40% 이상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어른들도 그렇게 하는데 나만 정직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미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들이 대수롭지 않게 나돌며, 그것을 빌미로 왕따를 시키는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돈이면 다 된다’라는 인식이 국민 전체에 심각할 정도로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대다수 청년들은 열심히 살아가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유에 직접 마주하게 됐다고 본다. 국민들, 청년들, 서민들을 위한 나라는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이들이 본인 이익만을 위해 일을 하고, 법을 바꾸며, 권력을 이용했던 것이다. 권력 싸움을 위해 청년 수·배당을 비롯한 각종 정책들은 무조건 반대하기도 했다. 대기업 중심의 기업구조 및 기득권 유지를 위해 어떤 정책들은 무조건 찬성하기도 했다. 그 중심에 청년, 국민, 서민은 없었다.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럼에도, 본인의 꿈을 찾아갔으면 한다. 그럼에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다. 쉽진 않겠지만 지금부터 하나씩 고쳐나가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시만을 위한 암기식 교육을 바꾸고, 취업만을 위한 대학을 바꾸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정직하게 사는 사람보다 잘 살 수 없게끔 법규를 바꿔야한다. 청년들이 하고싶은 일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나라. 그런 나라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많은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예전처럼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을 개, 돼지로 봤던 정치인들도 앞으로는 국민을 쉽게 대하지 못할 것이다. 점점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지만 말고 직접 뛰어들어 바꾸려고 노력했을 때 가능하다. ‘나 하나쯤 노력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생각보다 ‘나 하나부터 조금씩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아야지’라는 생각이 필요한 때다. 더 이상 기득권 계층에 우리의 삶을 맡기지 말자. 우리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