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에서 맥주를 마시다?!
2016년 11월 02일(수) 00:00 가가
박진현
편집부 부국장 문화선임기자
편집부 부국장 문화선임기자
매월 첫째 주 금요일 밤 8시. 뉴욕 맨해튼 5번가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밀려드는 인파로 뜨겁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퍼스트 프라이데이 콘서트’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첫선을 보인 이 콘서트는 디제잉, 록, 재즈, 와인,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미술관=전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에 자리한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도 런더너들 사이에 ‘불금’ 이벤트로 유명하다. 5000여 전의 전 세계 장식예술품 수백만 점을 소장한 고미술의 보고(寶庫)이지만 마케팅만큼은 ‘트렌디’(trendy)하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프라이데이 레이트’(Friday Late)는 대표적인 케이스. 저녁 6시에 문을 닫는 평일과 달리 매주 금요일에는 밤 10시까지 미술관의 가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힙합과 재즈, 와인과 맥주를 즐기는 ‘문화 난장’이 펼쳐진다.
최근 반환점을 돈 2016 부산비엔날레(9월3일∼11월30일)도 이들 미술관과 궤를 같이한다. 올해 국내 비엔날레에선 처음으로 전시장에 시민들과 ‘먹고 마시는’ 핫 플레이스를 들여 놓았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커피 체인점과 맥주바(bar). 일각에선 ‘전시장에 무슨 맥주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오픈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개막 44일째를 기준으로 부산비엔날레 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대회(16만 명)보다 14%가량 늘어난 18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 지난 2008년까지 와이어 생산지였던 옛 고려제강의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F 1963’의 역할이 컸다. 이 공장의 창립 연도인 1963년을 따서 ‘F1963’으로 이름 붙여진 공간은 조병수 건축가의 설계로 3000여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핫’한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산업현장의 역동성과 역사를 간직한 전시장은 미음(ㅁ) 모양이 세 겹으로 에워싼 독특한 구조다. 가장 안쪽의 테니스 코트 크기 중앙마당은 양끝으로 계단식 좌석과 무대를 마련해 공연장으로 활용했다. 두 번째에는 도서관, 교육실, 커피체인점 ‘테라로사’와 체코 맥주바를 ‘입점’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ㅁ 자는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꾸몄다.
부산비엔날레가 신성한(?) 전시장에 커피 전문점과 맥주바를 들인 이유는 단 하나, 20∼30대 젊은 세대와의 소통 때문이었다. 문화계의 트렌드 리더인 젊은 층이 커피나 맥주를 마시듯 부담 없이 현대미술을 ‘즐기도록’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그 때문일까. 산업 폐자재를 그대로 살린 커피 전문점과 맥주바의 독특한 아우라는 신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주말 평균 1000여 명이 찾는 대히트를 쳤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기 위해 2시간 이상 줄지어 기다리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70%가량은 커피나 맥주를 마신 후에 비엔날레로 동선을 옮기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하석원 부산재단비엔날레 사무처장은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 기간에도 커피점과 맥주바를 운영해 지역민들과 호흡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개막한 2016 광주비엔날레(9월2일∼11월6일)가 폐막을 앞두고 있다. 재단 측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간 점검 결과 지난 대회보다 2배나 늘어난 11만8000여 명이 비엔날레를 관람했다고 한다. 올해는 특히 지역 미술관과의 협업 등을 곁들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게 재단의 분석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사실 관람객 성적표로만 보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절반에 가까운 관람객이 초·중학생들의 단체관람인 데다 20∼30대 젊은 층의 발길을 붙잡는 소통의 장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람 후기들을 보면 ‘밋밋하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벤트가 없다’ 등의 글이 많다.
올해 비엔날레는 2014년 ‘세월 오월’ 파동으로 혹독한 성년식을 치른 이후 처음 열린 행사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재단은 당시 혁신 방안으로 제시된 차별화된 마케팅, 지역민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 비시즌 기간의 소통 등을 실천하겠다고 했지만 변화의 흔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연중 시민들과 교감하는 창구(窓口)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미술관이나 비엔날레가 예술품만 보여 주는 ‘갤러리’이던 시대는 지났다. 근래 국내외 유명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들이 시민들의 일상과 연계한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술의 가치를 높이되 전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 그래서 말인데, 지금 광주비엔날레에 필요한 건 이런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jhpark@kwangju.co.kr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에 자리한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도 런더너들 사이에 ‘불금’ 이벤트로 유명하다. 5000여 전의 전 세계 장식예술품 수백만 점을 소장한 고미술의 보고(寶庫)이지만 마케팅만큼은 ‘트렌디’(trendy)하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프라이데이 레이트’(Friday Late)는 대표적인 케이스. 저녁 6시에 문을 닫는 평일과 달리 매주 금요일에는 밤 10시까지 미술관의 가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힙합과 재즈, 와인과 맥주를 즐기는 ‘문화 난장’이 펼쳐진다.
부산비엔날레가 신성한(?) 전시장에 커피 전문점과 맥주바를 들인 이유는 단 하나, 20∼30대 젊은 세대와의 소통 때문이었다. 문화계의 트렌드 리더인 젊은 층이 커피나 맥주를 마시듯 부담 없이 현대미술을 ‘즐기도록’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그 때문일까. 산업 폐자재를 그대로 살린 커피 전문점과 맥주바의 독특한 아우라는 신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주말 평균 1000여 명이 찾는 대히트를 쳤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기 위해 2시간 이상 줄지어 기다리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70%가량은 커피나 맥주를 마신 후에 비엔날레로 동선을 옮기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하석원 부산재단비엔날레 사무처장은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 기간에도 커피점과 맥주바를 운영해 지역민들과 호흡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개막한 2016 광주비엔날레(9월2일∼11월6일)가 폐막을 앞두고 있다. 재단 측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간 점검 결과 지난 대회보다 2배나 늘어난 11만8000여 명이 비엔날레를 관람했다고 한다. 올해는 특히 지역 미술관과의 협업 등을 곁들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게 재단의 분석이다.
이번 비엔날레는 사실 관람객 성적표로만 보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절반에 가까운 관람객이 초·중학생들의 단체관람인 데다 20∼30대 젊은 층의 발길을 붙잡는 소통의 장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람 후기들을 보면 ‘밋밋하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벤트가 없다’ 등의 글이 많다.
올해 비엔날레는 2014년 ‘세월 오월’ 파동으로 혹독한 성년식을 치른 이후 처음 열린 행사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재단은 당시 혁신 방안으로 제시된 차별화된 마케팅, 지역민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 비시즌 기간의 소통 등을 실천하겠다고 했지만 변화의 흔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연중 시민들과 교감하는 창구(窓口)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미술관이나 비엔날레가 예술품만 보여 주는 ‘갤러리’이던 시대는 지났다. 근래 국내외 유명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들이 시민들의 일상과 연계한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술의 가치를 높이되 전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 그래서 말인데, 지금 광주비엔날레에 필요한 건 이런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jh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