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광주문화재단과 광주문화기관협의회의 주최로 ‘광주학 정책포럼’이 열렸다. ‘지역학으로서의 광주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지역 내·외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참석해서 함께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광주학’이란 무엇일까?

대체로 학(學)이라는 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앞에 높인 단어를 어렵게 느끼게 한다. ‘∼학’은 딱딱하고 전문화된 것이기에 학자들이나 전문가들만이 이해하고, 논의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린이 교육이 ‘어린이 교육학’으로, 한국 사회가 ‘한국 사회학’으로, 정치가 ‘정치학’으로 바뀌면 쉽게 거리감을 느끼고, 정말이지 ‘내겐 너무 어려운 것’처럼 느껴진다.

‘광주학 포럼’이 열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어렵고 재미없겠다’는 것과 더불어 ‘대체 광주학이 뭘까?’라는 것이었다. 포럼이 열린 빛고을시민문화관은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가득 찼지만, 처음부터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포럼을 들어보니 광주학은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포럼을 통해 얻은 광주학에 대한 나름의 정의는 ‘광주와 광주 사람들에 대한 모든 기록’이다.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연구를 비롯한 시민들의 기록 또한 광주학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예로부터 동굴 벽면을 긁어 그림을 남기고 점토판, 나무줄기, 종이에 글자를 남겼고 지금은 남겨진 기록과 남길 기록을 디지털화하여 저장하고 ‘기록을 보존한다’는 단어 ‘아카이빙(Archiving)’을 새로운 명사처럼 활용하여 인류의 거의 모든 것을 아카이빙 해나가고 있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기록을 통해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정보가 재생산되어 발전을 이뤄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의 흔적을 남기고, 우리 스스로 기록을 통해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 내가 겪었던 광주, 동네 어귀의 나무가 언제 심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 무등산은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었고, 충장로는 언제부터 도시 중심 번화가의 역할을 해왔는지와 같은 모든 기록이 곧 광주학이 되고, 우리 스스로 광주학을 다루는 학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광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학로서의 광주학, 즉 광주에 대한 기록 및 연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5·18민주화운동처럼 굵직하고 상징적인 것들에 대한 기록은 잘 정리되어 있고, 여전히 기록 작업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 외에 것들에 대한 기록은 상당히 부족하다.

특히 광주 근대 기업사·상업사·철도교통사 등 분류사, 근현대 인물 등에 대한 기초연구 학술서나 해방공간 신문, 근현대 광주기행문 등 자료총서도 제대로 정리된 것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10년 전에 지역학 연구센터를 세워 자신들의 기록을 저장해온 울산광역시와 비교해도 그렇고, 지역에 대한 연구 및 자료집을 꾸준히 발간하는 타 지역들에 비해서도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포럼과 같이 이제라도 ‘광주학’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하는 광주 내부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광주를 노래한 대중음악, 광주지역 다방의 역사 등 자발적으로 광주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해온 시민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 또한 이번 포럼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번 포럼과 같은 시간들은 광주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는 불씨와 같은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광주학 포럼을 비롯한 논의의 장(場)들이 점차 늘어나 ‘광주학’이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보다 많은 광주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광주에 대해 기록을 남겨갈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