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의 창’] 영국의 미래, 한국의 미래
2016년 06월 30일(목) 00:00 가가
영국의 브렉시트 선택을 두고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까지 EU 잔류에 노력했음에도 영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는 영국만의 고립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큰 흐름의 일부로 보인다.
공화당 주류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것이나, 살인 강간범은 죽여도 마땅하다는 초법적 발상의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것, 30대 워킹맘인 라지가 로마 시장에 당선된 것도 이런 흐름의 도상으로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여론조사를 머쓱하게 했던 지난 4·13총선 결과도 이런 흐름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흐름의 공통점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지배 세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이다. 이런 불신이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 언론, 학계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자본의 자유로운 국제 이동으로 표현되는 세계화는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조금 해결하는 듯싶더니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자본이 국경을 무력화시키면서 사냥에 나선 결과 양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많은 국가에서 중산층은 몰락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거대 자본의 시녀가 된 지 오래고 문제 해결의 대안은커녕 진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분노한 민중들이 무조건 기존 지배 세력과 반대되는 쪽에 투표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런 흐름은 1930년대에도 있었다. 파시즘의 전 세계적 확산이 그것이었다. 나치의 정식 명칭은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이다. 국가라는 우파적 개념과 사회주의, 노동자라는 좌파적 개념이 파시즘에 혼입되었다. 나치는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로 정권을 잡았다.
이탈리아 파시스트당의 무솔리니는 한때 극좌적 성향의 사회주의자였다. 무솔리니는 “사회주의 이론은 죽고, 남은 것은 원한뿐이다”라면서 극우파 정당을 결성해서 군중들이 지지하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아시아에서는, 나쁜 일에는 빠지지 않는 일본이 가담했다. 일본에는 메이지 유신 이외에 1930년대 청년장교들이 주도하던 이른바 소화(昭和) 유신이 있었다. 당시 일본 군부는 황도파(皇道派)와 통제파로 나뉘어 있었는데 통제파는 유력 가문 출신들이 많았던 반면 황도파는 한미한 가문들이 많았다.
황도파는 1936년 2월 26일 일왕 ‘친정’(親政)과 ‘소화유신’을 기치로 제3대 조선총독이었던 내대신(內大臣)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등 각료 여러 명을 살해하는 ‘2·26 사건’을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후 일본 군부는 정당과 내각을 무력화시키고 정권을 장악했다. 파시스트 일본, 즉 군국주의 일본의 탄생이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던 파시즘의 준동 배경에도 1929년 대공황으로 대표되는 경제 문제가 있었다. 대공황의 타개책을 기존의 지배 질서를 모두 부인하는 국가사회주의, 즉 극우 파시즘으로 돌파하려고 했던 것이 전 세계적 파시스트 체제의 성립 요인이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1940년 9월 27일 ‘독·이·일 파시스트 삼국동맹’을 체결했고, 전 세계는 전화(戰禍)에 휩싸였다.
지금 상황도 경제 문제와 양극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1930년대와 유사하다. 그러나 상황이 유사하다고 결론까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기존 지배 세력 거부 현상은 인류사회에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필리핀처럼 초법적 증오 행위로 나타나면 파시즘의 조짐으로 우려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이론가였던 조소앙이 제창한 정치·경제·교육의 균등화, 즉 삼균주의가 임시정부의 ‘대외선언’으로 나타난 것은 1931년이다. 삼균주의는 대공황에 대한 임정의 정책 대안이었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극화의 해소가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길은 새로워 보이지만 대부분 과거에도 있었던 길이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공화당 주류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것이나, 살인 강간범은 죽여도 마땅하다는 초법적 발상의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것, 30대 워킹맘인 라지가 로마 시장에 당선된 것도 이런 흐름의 도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자본의 자유로운 국제 이동으로 표현되는 세계화는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조금 해결하는 듯싶더니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자본이 국경을 무력화시키면서 사냥에 나선 결과 양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고, 많은 국가에서 중산층은 몰락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당의 무솔리니는 한때 극좌적 성향의 사회주의자였다. 무솔리니는 “사회주의 이론은 죽고, 남은 것은 원한뿐이다”라면서 극우파 정당을 결성해서 군중들이 지지하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아시아에서는, 나쁜 일에는 빠지지 않는 일본이 가담했다. 일본에는 메이지 유신 이외에 1930년대 청년장교들이 주도하던 이른바 소화(昭和) 유신이 있었다. 당시 일본 군부는 황도파(皇道派)와 통제파로 나뉘어 있었는데 통제파는 유력 가문 출신들이 많았던 반면 황도파는 한미한 가문들이 많았다.
황도파는 1936년 2월 26일 일왕 ‘친정’(親政)과 ‘소화유신’을 기치로 제3대 조선총독이었던 내대신(內大臣)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등 각료 여러 명을 살해하는 ‘2·26 사건’을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후 일본 군부는 정당과 내각을 무력화시키고 정권을 장악했다. 파시스트 일본, 즉 군국주의 일본의 탄생이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던 파시즘의 준동 배경에도 1929년 대공황으로 대표되는 경제 문제가 있었다. 대공황의 타개책을 기존의 지배 질서를 모두 부인하는 국가사회주의, 즉 극우 파시즘으로 돌파하려고 했던 것이 전 세계적 파시스트 체제의 성립 요인이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1940년 9월 27일 ‘독·이·일 파시스트 삼국동맹’을 체결했고, 전 세계는 전화(戰禍)에 휩싸였다.
지금 상황도 경제 문제와 양극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1930년대와 유사하다. 그러나 상황이 유사하다고 결론까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기존 지배 세력 거부 현상은 인류사회에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필리핀처럼 초법적 증오 행위로 나타나면 파시즘의 조짐으로 우려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이론가였던 조소앙이 제창한 정치·경제·교육의 균등화, 즉 삼균주의가 임시정부의 ‘대외선언’으로 나타난 것은 1931년이다. 삼균주의는 대공황에 대한 임정의 정책 대안이었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극화의 해소가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길은 새로워 보이지만 대부분 과거에도 있었던 길이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