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초기에 자유 여행은 배낭여행을 의미했었다. 모든 숙소와 일정이 정해진 패키지여행과 달리 배낭을 메고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여행. 그래서 배낭여행은 고생하는 여행, 도전·극복·개척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배낭 대신 트렁크 등을 갖고 다니며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자유 여행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년들에게 이런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다. 우선 학창 시절 배낭여행을 해본 사람들이 중년이 되어 자유 여행을 한다. 한번 자유의 맛을 보면 단체 여행을 하기 힘들다.

비용 면에서도 자유 여행이 그리 비싸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단체 여행에서 묵는 수준의 고급 호텔에서 개인적으로 묵는다면 더 비싼 비용을 내지만 중급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다. 저가 항공이 많아져서 항공료에서도 절약이 가능하며 미리 예매하면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직접 숙소 예약을 하고 정보를 얻는 게 결코 어려운 시대가 아니다. 요즘 꽃할배, 꽃중년들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용기를 내는 중년이나 노년들도 많아진 것 같다. 스마트 폰 앱을 통해 저가 항공을 예약하고 숙소 예약 서비스를 통해 수많은 게스트하우스, 중급 호텔들의 사진과 가격을 보고 투숙객들의 평을 자세히 보면서 결정한다. 카드로 일단 예약만 하고 결제는 현장에서 한다. 예약 취소를 할 경우 며칠 전까지라는 조건이 붙어 있지만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가는 방법도 자세하게 소개 되어 있다. 현지에 가서 구글 지도를 통해 스마트폰을 보고 길을 찾아다닌다. 또 가이드북은 얼마나 상세한가? 우리의 여행 가이드북은 서양이나 일본과 견주어도 하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했다. 게다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수많은 여행 정보들이 풍부하다.

중년들의 자유 여행은 이런 환경의 변화와 함께 팍팍한 삶 때문에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중년들은 안팎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식 교육시키랴, 부모 신경 쓰랴 허리가 휜다. 가정주부들 역시 아이들 키우랴, 집안 일 하랴 힘들다.

이런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여행인데, 나와서까지 남과의 관계에 구속받을 이유가 없다. 단체 여행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주니까 편하지만 일정이 대개 빡빡하다. 정해진 궤도대로 움직이며 인솔자나 가이드 그리고 같은 일행과의 인간관계도 잘 맺어야 한다. 살면서도 타인과의 관계가 힘들었는데 나와서까지 이런 데 신경 쓰고 싶겠는가?

일상에서 이탈하고 싶은 중년 여행자들은 달라진 환경 속에서 자유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살아오느라 바빴는데 왜 나와서까지 바빠야 하나’라는 각성도 있고, 이미 텔레비전·인터넷 사진 등을 통해 낯선 곳의 관광지가 익숙해졌기에 ‘안 가도 가 본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생겼기에 이들은 구경·체험도 뒤로 한 채 먹고 마시고 쉬고 잊고 싶어 한다.

이런 여행에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휴식과 자유는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욕심과 같이 갈 수 없다. 자유 여행 가서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면 짜증밖에 남는 게 없다.

반면에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 달콤해진다. 천천히 지하철·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중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거리의 풍경을 구경하는 순간은 평범한 일상 같지만, 낯선 외국 땅에서 자유로운 이방인이 되면 해방의 시간이 된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런 맛을 한 번 보면 계속 자유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부작용도 없지 않다. 동남아 등지에서는 중년 남성들의 일탈 소식도 들려온다. 젊은 여자들을 돈으로 취하는 성매매도 한단다. 물론 모든 중년 자유 여행자들이 이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글픈 일이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중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것에 맞춰 가이드북도 그들의 취향에 맞게끔 변해 가고 여행 상품들도 개발되고 있다. 여행은 이처럼 계속 진화·발전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성장도 빨랐지만 여행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