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일본은 그지없이 아름답지만 불안정한 자연 환경을 지닌 탓에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일본 후지산 인근에서 미세 지진 발생 건수가 급증하면서 일본 열도가 긴장하더니 최근 규슈 지방 지진에 이어 아소산 폭발 우려까지 겹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듯하다.

일본 발 지진이나 화산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그 유명한 우키요에(浮世繪)의 대가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작품 ‘붉은 후지산’(1830∼31년)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붉은 후지산’은 작가가 일본인들이 영산으로 여겨온 후지산에 일본의 민족혼을 투영하기 위해 목판화로 제작한 36점의 연작 중 간결하면서도 파격적인 구성이 돋보인 가장 대표적인 작품. 청운의 줄무늬로 장식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화산재가 덮여있는 붉은 산봉우리는 신비스러운 모습이지만 동시에 금방이라도 불을 토해낼 것 같은 기세가 아찔하게 느껴진다.

우키요에(浮世繪)는 말 그대로 ‘떠다니는 세상의 그림’, 즉 당대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그려낸 풍속화라는 뜻으로 일본 에도시대(1603∼1867)에 발달했다.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 들여온 일본 도자기의 포장지로 사용되었던 호쿠사이의 우키요에를 프랑스의 화가 브라크몽이 발견하고 친구들에게 돌려서 보여준 것이 인상파화가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의 저자 이연식씨는 “우키요에는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모습, 현란한 색채와 날렵한 선묘로 구성된 화면은 사물을 꼼꼼하고 차분하게 묘사하지 않았음에도 경쾌하고 선명했으며 인물이나 사물을 엉뚱한 각도에서 포착하면서 과감하게 강조한 특성들이 프랑스 화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네, 모네, 세잔, 고흐 등의 인상파 화가들은 우키요에에 열광하면서 자신들의 작품에 조형적 영감을 받기도 했으며, 인상파 작곡가 드뷔시는 호쿠사이의 또 다른 유명한 판화 ‘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를 보고 영감을 얻어 관현악곡 ‘바다’를 작곡하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