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복의 ‘응답하는 사회학’]금수저와 흙수저의 사회학적 의미
2016년 03월 24일(목) 00:00 가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가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러한 불평등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느냐에 있다. 누구라도 현명하게 머리를 쓰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고 권력을 차지할 수 있으며 높은 지위에 도달할 수 있다면 현재의 불평등은 정당화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수저론’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큰 노력 없이도 위너가 되는 반면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루저를 면하기 어려운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옛말은 이제 자식의 사회적 위치는 부모의 사회적 위치를 반복하고 재생산한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사회학자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졌고 사회 이동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고 말한다. 이제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부가 대물림되듯이 가난이 세습되고 있다. 부모로부터 상속이나 증여를 받지 않으면 집을 사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러니 ‘수저론’이 널리 퍼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행위를 ‘지리적 이동’이라고 한다면 사회계급이나 사회계층 사이에 일어나는 이동을 ‘사회 이동’이라고 부른다.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못살다가 잘살게 되거나 부자로 살다가 가난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는 산업화와 도시화,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수많은 사회 이동이 발생했다. 가족마다 3세대 이상의 삶이 면면히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소득과 생활수준도 대체로 상승하였다.
대다수의 할아버지들은 농촌에 거주하는 농민이었지만 ‘베이비 붐’ 세대로 불리는 그들의 자식들은 농촌에서 태어나 광주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이주하여 노동자·회사원·공무원·자영업자가 되었다. 베이비 붐 세대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공부했고 힘들게나마 재산을 형성해 자기 집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그들은 빈곤을 체험했던 아버지 세대에 비해 물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되었다.
이들 베이비 붐 세대의 자식들인 신세대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태어나서 대학 교육까지 받은 말끔하고 멀쩡한 ‘도시의 아이들’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버지 세대가 누렸던 고단하지만 풍부했던 일자리가 사라졌다. 입시에 시달리면서도 스펙에 열을 올렸지만 그들의 꿈은 이제 어디에든 ‘정규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졸아들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부모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면 신세대는 부모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세대가 되었다. 그들은 부모들의 지지와 격려, 안달과 복달 속에서 대학 교육을 마쳤으나 직장을 잡을 수 없어 알바와 비정규직 사이를 오가며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성장의 화살표가 위로 향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성장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하강 이동이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유와 소비사회의 맛을 보았지만 경제적으로 부모에 의존하고 있는 젊은 세대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선은 ‘힘들여 공부시켰는데 저 모양 저 꼴’이라는 부모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가난한 부모들은 자식의 봉양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물질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일상의 생활 방식과 장기적 삶의 전망에서 부모와 자식 세대의 차이가 워낙 벌어져 버렸기 때문에 갈등 해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는 가난의 시대에 태어나 사회적 상승 이동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풍요의 시대에 태어나 물질적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하강 이동을 경험하게 될 세대 사이의 갈등과 분열, 대화와 타협의 역사가 될 것이다.
사회 전체의 역사와 가족의 역사 그리고 개인의 삶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을 맺으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조세와 복지 정책을 통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 각자는 내가 사는 모습을 전체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 다음 10년, 20년, 30년 뒤 나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대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사회학자·작가>
이런 현상을 두고 사회학자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졌고 사회 이동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고 말한다. 이제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부가 대물림되듯이 가난이 세습되고 있다. 부모로부터 상속이나 증여를 받지 않으면 집을 사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러니 ‘수저론’이 널리 퍼질 수밖에 없다.
이들 베이비 붐 세대의 자식들인 신세대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태어나서 대학 교육까지 받은 말끔하고 멀쩡한 ‘도시의 아이들’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버지 세대가 누렸던 고단하지만 풍부했던 일자리가 사라졌다. 입시에 시달리면서도 스펙에 열을 올렸지만 그들의 꿈은 이제 어디에든 ‘정규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졸아들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부모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면 신세대는 부모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세대가 되었다. 그들은 부모들의 지지와 격려, 안달과 복달 속에서 대학 교육을 마쳤으나 직장을 잡을 수 없어 알바와 비정규직 사이를 오가며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성장의 화살표가 위로 향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성장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하강 이동이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유와 소비사회의 맛을 보았지만 경제적으로 부모에 의존하고 있는 젊은 세대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선은 ‘힘들여 공부시켰는데 저 모양 저 꼴’이라는 부모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가난한 부모들은 자식의 봉양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물질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일상의 생활 방식과 장기적 삶의 전망에서 부모와 자식 세대의 차이가 워낙 벌어져 버렸기 때문에 갈등 해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는 가난의 시대에 태어나 사회적 상승 이동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풍요의 시대에 태어나 물질적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하강 이동을 경험하게 될 세대 사이의 갈등과 분열, 대화와 타협의 역사가 될 것이다.
사회 전체의 역사와 가족의 역사 그리고 개인의 삶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을 맺으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조세와 복지 정책을 통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 각자는 내가 사는 모습을 전체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 다음 10년, 20년, 30년 뒤 나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대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사회학자·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