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이상을 위해
2016년 03월 22일(화) 00:00 가가
[정재익 목포대 사학과 4년]
대학에 입학한 지 어언 6년, 졸업이 머지않았다. 멀리 부천에서 내려와 타지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신입생 시절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복학 후 내가 공부하는 역사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은 그나마 떨쳐냈지만,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라는 막막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학 입학 당시 사학과를 선택한 내가 역사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뚱딴지 만화 삼국지’라는 책을 사주면서부터였다고 생각된다. 하도 많이 읽어서 책 겉표지가 찢어지고 바람이 불면 다 날아가 버릴 정도로까지 닳았다. 비록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이지만, 이후 나는 유비라는 인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화에서 그려지는 유비의 인덕은 코흘리개였던 나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는 삼국시대 역사와 관련된 만화책을 사주셨다. 그 중에서도 고구려에 큰 매력을 느꼈다. 지금으로부터 1500여 년 전, 전성기를 맞아 만주벌판을 호령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에 까지 영향력을 미치던 고구려의 기마대는, 나로 하여금 고구려의 강인하던 무용을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한민족의 위대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때부터 나는 역사학자에 대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다른 여러 가지 장래희망도 가졌지만, 역사에 대한 흥미는 매번 버리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역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특히 삼국시대의 역사는 가장 관심을 가지면서도 더욱 심도 있게 배워보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학과에 입학, 이제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나.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부끄럽지만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최근에 읽었다. 이 책을 집필하여 전국의 사학과 학생들을 철학적 고통에 빠뜨린 E.H.카는 “사실이라는 것은 역사가의 손으로 처리되어야만 비로소 역사가들이 쓸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사실 그 자체가 스스로 역사를 만들 수는 없으며, 역사가들의 연구과정을 통해야만 ‘역사적’ 사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교과서 파동을 겪은 후에 접한 근현대사는 나로 하여금 미약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사명을 갖게 해주었다. 이와 함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아직까지도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되지 못하는 수많은 사실을 역사라는 범주에 포함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 깊게 생각해 보았다. 힘없는 사람들이 맘 편히 사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이 없는 힘을 모아서 이룩한 역사마저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상황임을 느꼈다.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았지만, 그것을 해결하려 힘을 쓰기에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
이렇게 적어보니 나에게는 어머니가 역사책을 사주신 것, 국정교과서 파동, 근현대사 관련 팟캐스트 방송을 들은 것,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은 것 등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는 여러 계기가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역사에 대한 나의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겪으면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역사라는 학문의 벽, 그리고 하나는 그 벽 앞에 서서 몇 년째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나.
역사라는 학문이 어렵다는 것은 현실적 조건이다. 그 조건을 수용하고 안하고는 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는 벽을 오르는 현실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신입생 때 공부를 거의 포기하였던 것, 망치를 들고 베를린 장벽 부수듯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어느 정도 각오를 다졌다. 내가 여태까지 바라봐 온 벽을 오르는 것, 즉 현재 내가 처한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고 그것을 이겨내어 내가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원한다. 남들보다 157배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당하는 역사를 보면 그 노력도 부족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졸업과 취업의 기로에 선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누군가가 봤을 때는 미련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여태까지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현재의 나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나는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되도록 나 스스로 노력하는 것 외에는 없다. 현재를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고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잡아보니 미래의 나 자신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기대된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마음가짐을 확실히 잡고 노력해야겠다.
대학 입학 당시 사학과를 선택한 내가 역사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뚱딴지 만화 삼국지’라는 책을 사주면서부터였다고 생각된다. 하도 많이 읽어서 책 겉표지가 찢어지고 바람이 불면 다 날아가 버릴 정도로까지 닳았다. 비록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이지만, 이후 나는 유비라는 인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화에서 그려지는 유비의 인덕은 코흘리개였던 나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국정교과서 파동을 겪은 후에 접한 근현대사는 나로 하여금 미약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사명을 갖게 해주었다. 이와 함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아직까지도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되지 못하는 수많은 사실을 역사라는 범주에 포함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나름 깊게 생각해 보았다. 힘없는 사람들이 맘 편히 사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이 없는 힘을 모아서 이룩한 역사마저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상황임을 느꼈다.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았지만, 그것을 해결하려 힘을 쓰기에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
이렇게 적어보니 나에게는 어머니가 역사책을 사주신 것, 국정교과서 파동, 근현대사 관련 팟캐스트 방송을 들은 것,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은 것 등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는 여러 계기가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역사에 대한 나의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겪으면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역사라는 학문의 벽, 그리고 하나는 그 벽 앞에 서서 몇 년째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나.
역사라는 학문이 어렵다는 것은 현실적 조건이다. 그 조건을 수용하고 안하고는 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는 벽을 오르는 현실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신입생 때 공부를 거의 포기하였던 것, 망치를 들고 베를린 장벽 부수듯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어느 정도 각오를 다졌다. 내가 여태까지 바라봐 온 벽을 오르는 것, 즉 현재 내가 처한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고 그것을 이겨내어 내가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원한다. 남들보다 157배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당하는 역사를 보면 그 노력도 부족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졸업과 취업의 기로에 선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누군가가 봤을 때는 미련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여태까지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현재의 나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나는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되도록 나 스스로 노력하는 것 외에는 없다. 현재를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고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잡아보니 미래의 나 자신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기대된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마음가짐을 확실히 잡고 노력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