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떠나간 뒤에/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어느 순간 홀로인 듯한/쓸쓸함이 찾아올 거야//바람이 불어오면 귀 기울여봐/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착한 당신 외로워도/바람 소리라 생각하지 마…”〈조용필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중에서〉

생각해 보면, 살면서 나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스스로를 위해 선물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음주가무를 잘하거나 좋아하지 않아 그것으로 즐거움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장신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 물건으로 나를 달래본 적도 없다. 생의 대부분을 정해놓은 규칙대로 가느라 늘 긴장하고, 인내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에 문득 나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 다녀온 ‘조용필 콘서트’는 일종의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 되었다. 특히 청춘의 시절부터 애창했던 ‘바람이 전하는 말’은 3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광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노랫말처럼, 살아가면서 얻은 모든 번민이 바람 되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가왕의 노래 속 ‘바람의 말’은 김영갑(1957∼2005) 사진작가의 작품 ‘오름’에서 만나는 바람과 흡사하다. 찰나를 포착한 사진작품이지만 일순간의 모습이라기보다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여 표현한 타임 랩스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이 화면에서 일렁이는 듯하다.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고 감탄했던 작가는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앞에서 때로 절대고독을, 때로 경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제주의 바람에 홀려 카메라 하나 메고 20년간 제주의 풍광과 바람을 찾아다녔던 작가는 바람 지나는 길목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와 풀처럼 시련을 온몸으로 견디며 그 자신도 결국 바람이 되었다. 작가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면서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사진갤러리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을 열었고, ‘김영갑사진전’ 등을 통해 지금도 제주의 바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