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친구에게 광주 국제 영어마을에 대해 듣게 됐다. 광주에 영어마을이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조 선생님을 맡아줄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해 곧바로 지원하게 됐고, 걱정과 달리 다행히 면접을 통과하면서 매주 토요일이면 봉사활동을 가고 있다.

처음 광주 국제 영어마을에서 보조교사로 봉사를 했을 때가 무더웠던 여름이었는데, 어느덧 낙엽이 지더니 벌써 쌀쌀한 겨울이 다가옴을 느낀다. 광주 국제 영어마을에서의 첫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누군가를 지도해 본적이 없었던, 특히 어린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경험이 없는 나에겐 더더욱 부담이 됐다. 이미 봉사를 가기 전 많은 걱정을 한 터였다. 역시 많은 아이를 통제하기엔 나는 많이 서툴렀고 너무 힘이 들었다.

한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반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갑자기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당황한 채 남아 있는 아이들을 황급히 줄을 세우고 있는데, 한 아이가 높은 오르막길로 아슬아슬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았다. 다급한 나머지 달려가 아이를 끌어안으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너무 놀라서인지 아픈 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내 머릿속에는 ‘아이가 다치진 않았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아이는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할 정도로 나에게는 너무나 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나의 부족함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영어마을 봉사활동을 나갈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채워야 할 것들을 꾸준히 고민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아이들이 조금씩 나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웠던 ‘손 유희’나 ‘영어게임’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하루는 아침에 등원하는 아이들을 반기던 중 한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종이를 건넸다. 무엇인가 하고 열어보았더니 ‘선생님 사랑해요’ 라는 글과 함께 내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볼 수 있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날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작은 편지에 너무도 큰 감동을 받았다. 괜스레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날 이후 영어마을 봉사활동에 더 많은 열정이 생겼고,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더 깊은 애정이 생겼다.

‘교사’라는 경험이 없던 나에겐 영어마을 봉사활동 6개월의 시간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현직 교사들에 비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특히, 여름방학 실습을 통해서 ‘내가 많은 성장을 했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 외에도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첫날, 영어마을에서 원어민 교사들과 수차례 마주쳤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yes!’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그때 이후 영어마을을 가기 전이면 꼭 하고 싶은 말이나 궁금했던 질문들을 미리 준비했다. 원어민 교사와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 하루는 영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가 “이렇게 영어가 적힌 옷들을 보면 어때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도 있다. “한국어가 적힌 옷을 입고다니는 외국인들을 보는 것과 같다”는 대답을 듣고는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원어민 선생님들과도 자연스레 웃고 이야기를 하니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이제는 자신감도 생기고 회화실력도 늘었다.

영어마을 보조교사라는 경험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걱정과 달리 이제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침잠 많은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영어마을을 통해 또 얼마나 성장하고 배우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