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을 달콤하게 보내려면 아이스크림을, 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한편의 영화를, 일주일을 산뜻하게 누리려면 이발을 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게 영화 한편은, 어떤 경우엔 한 달 이상 그 감흥이 지속되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감독·로버트 저메키스)가 그럴 것 같다. 무모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한 한 남자의 끝없는 도전을 보면서 관람 내내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꿈도 열정도 없이 작은 일에만 속상해하면서 현실에 순응하고 안주해온 나의 소극적인 모습도 되돌아보게 했다.

영화 속 주인공 펠리페 페팃(조셉 고든 레빈)은 지금은 사라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사이 42미터를 밧줄로 연결하여 45분 동안 8번 왕복한 실화 속 인물이기도 하다. 어릴 때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게 꿈이었던 주인공은 서커스단의 줄타기에 매료돼 노트르 담 성당 등 높은 건물 사이를 외줄로 건너면서 불가능한 꿈에 꾸준히 도전해왔고 스스로 행위예술가라 불렀다.

412미터 고공을 걷기 위해 늘 하늘 높이를 재곤 했던 영화 속 주인공은, 몇 년 전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만난 벨기에 출신 얀 파브르(1958∼ )의 조각 작품 ‘구름을 재는 남자’(1999년 작)와 분위기가 흡사하다. 얀 파브르는 우리에게 ‘파브르 곤충기’의 저자로 친숙한 앙리 파브르(1823∼1915)의 증손자로 유명하다. 얀 파브르는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의 순환원리와 인간 삶의 덧없음을 작품의 핵심 개념으로 삼아왔는데 현대미술 뿐 아니라 안무가, 무대미술가, 연극연출가 등 전방위적 예술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감옥에서 조류학자가 된 죄수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한 ‘구름을 재는 남자’는 공중을 더듬으면서 하늘을 향해 자신의 꿈을 새기려는 한 남자의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꿈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변화무쌍하게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 조각 같은 지도 모른다. 저 하늘의 별처럼 끝없이 열망하지만 잡을 수 없는.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