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되기 직전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광주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 취직하게 되면서였다. 그리고 일요일마다 근처 교회에 나가 유치원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자연스레 유아교육 쪽에 관심을 갖게 됐고, 23살이 되던 해 뒤늦게 찾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남부대 유아교육과에 진학하게 됐다.

주변에서 간혹 “왜 월급도 많지 않은데다 일까지 힘든 유치원 교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내에 발생하는 아동 학대와 폭력과 같은 사건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보육교사가 어린 아이를 때리고 내동댕이치는 장면들을 보면서 해당 부모는 물론, 자녀를 둔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든 교육기관에 폐쇄회로 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CCTV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안심하고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까? 유아교육기관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부모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직장이나 집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CCTV 의무화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내 CCTV 설치시 부모와 교사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봐야 할 공간에 아동학대가 난무하는 것은 결코 교사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자는 86만명에 이른다. 신규 보육교사 취득자도 연간 10만명가량 배출되고 있다는 상황이다. 4년간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 외에도 여러 가지 길이 있다. 2∼3년의 전문대 졸업자는 필수 17과목 이수를 통해 1년 6개월 과정으로 보육교사 2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온라인을 통해 필수 17과목과 이론 26과목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유아교육과 관련된 모든 일은 직업의식과 교직관이 정확하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현재의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과정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관찰 실습이나 교육봉사를 다니다 보니 일반인들에 비해 유아교육 환경을 자주, 그리고 깊이 접하고 있다. 한 학급당 영유아 수에 비해 보육교사의 수가 부족한 게 지금이 현실이다. 또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은 주당 55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에 비해 무려 15시간을 초과하고 있다.

여기에 보육교사의 월 평균 급여는 지난 2013년 기준 144만원으로 과도한 업무와 근무시간에 견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 한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를 모집하면서 놀란 경험이 있다. 법정근무 시간보다 1시간을 초과해 일하면서도 월급은 고작 8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모집공고를 낸 것이다.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아동학대를 완전히 뿌리뽑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유아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수용 능력이 모자라는 ‘보육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최근 정부가 점차 지원을 줄이자 일선 어린이집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졌고 일부에서 반발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말로만 외치는 복지가 아닌, 교육 선진국의 사례처럼 국가가 적극적으로 육아를 지원하는 ‘공보육화’가 실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