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니까/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꽃도 열매도, 그게 다/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사는 게 별거냐/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이정록 작 ‘의자’중에서〉

허리가 아픈 것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든 의자를 만나면 한번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신세지는 가구가 의자이기 때문에 멋지고 안락한 의자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그 의자에 파묻히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지난 15일 개막한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11월13일까지 전시) 전시장 초입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1931∼ )의 ‘프루스트 의자’(2015년 작)이다. 거장의 작품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무늬도 쓰다듬어보고 싶고, 오래오래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존재했던 의자에 강금성 전통침구공예가의 한국적인 조각보를 덧입힘으로써 더욱 친밀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자인이 기능적이고 상업적인 틀을 넘어 ‘가치’와 ‘감수성’의 지명으로 나아가게끔 이끈 ‘멤피스 운동’의 창시자로 멘디니를 기억하지만, 보통은 발레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와인 오프너 ‘안나 G’처럼 늘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에 예술적 즐거움을 입혀온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팔순을 넘긴 할아버지임에도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이 가득하기에 밝고 화사한 색감과 유머감각을 디자인에 담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까르띠에, 스와로브스키, 스와치 등 세계적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롯데 카드, LG전자등과도 함께 작업하고 있는 멘디니는 우리 광주와도 인연이 깊다.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의 조형물로 광주시청 광장의 ‘미래도시 광주:기원’을 설치한데 이어 이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로 광주송정역에 캐노피 ‘빛의 꽃’을 디자인해 내년 4월에 설치될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