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광주시립발레단이 공연한 ‘차이콥스키, 그가 사랑한 발레’를 관람했다. 고전 발레답게 남녀 무용수들의 화려한 동작과 특히 발레리노의 중력을 거스르는 힘찬 도약 등 멋진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그간 여성 무용수의 보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발레리노에 대한 나의 편견이 깨지면서 고난도의 테크닉에 더욱 열광했던 것 같다.

사실 무용사에서 발레는 남성의 예술이었고, 최초로 등장한 발레 스타도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였으며, 마리우스 프티파, 미하일 포킨, 발란신 등 발레감독이나 안무가 등 굵직한 획을 그었던 이도 거의 남성이었다. 생각해보면, 야생트 리고(1659∼1743)의 작품 ‘루이 14세의 초상’(1701년 작)에서 루이 14세의 얼굴보다는 매끈하고 예쁜 다리에 시선이 집중되었던 것도 어쩌면 발레로 단련되었던 발레리노의 다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이힐을 즐겨 신었던 루이 14세여서인지 화려한 디자인과 구두 장식, 굽의 곡선까지도 신경 썼던 디테일이 느껴진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시기에 시작된 발레를 프랑스 궁정으로 들여와 발전시킨 카테리나 데 메디치왕비에 이어 루이14세는 그 자신이 유명한 무용교사인 보샹에게 사사하면서 20년 동안 매일 발레 연습에 힘썼다고 한다. 발레공연도 마련하였는데, 27편의 공연에 주역으로 출연했으며 그중 ‘밤의 발레’에서 태양신으로 직접 출연해 이를 계기로 ‘태양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게 된다. 루이 14세는 발레를 궁중의 연희에서 전문적인 예술로 격상시켰는가 하면 이를 위해 왕립무용학교를 설립했으며 그 명맥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궁정화가였던 야생트 리고는 이 초상화에서 작품 배경의 건축구조, 옷의 풍부한 주름, 빈틈없이 완벽한 회화적 표현 기법으로 태양왕 루이의 제왕적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인물의 이상화와 세밀한 사실적 묘사를 동시에 이뤄낸 이 작품으로 화가는 유럽 전체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고, 17세기 궁정의 많은 귀족들이 리고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싶어 했을 정도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